세 규합 나선 서울교육감 후보들.."진보교육 실패" vs "혁신교육 계승"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2024.10.0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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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시 송파구 송파공영차고지에서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들이  오는 10월 16일 실시하는 서울특별시 교육감보궐선거의 투표일 등을 알리는 시내버스 래핑 홍보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지난달 30일 서울시 송파구 송파공영차고지에서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들이 오는 10월 16일 실시하는 서울특별시 교육감보궐선거의 투표일 등을 알리는 시내버스 래핑 홍보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다음 달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선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과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각각 보수와 진보 선봉장으로 나선다. 두 후보 모두 각 진영 지지자를 모으기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정책 노선은 반대로 갈린다. 조 후보는 초등학교 시험 부활과 조희연 전 교육감표 혁신학교 폐지를 내건 반면 정 후보는 혁신교육을 계승·발전시키며 윤석열 정부 정책 심판을 내세우고 있다.

1일 양 캠프에 따르면 보수진영의 조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시 종로구에 선거사무소를 열고 본격 활동을 시작한다. 정 후보 역시 오는 2일 서울 마포구에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연다.



두 후보 모두 초반 지지세를 모으는데 집중하고 있다. 조 후보는 임시 공휴일인 이날 서울 용산구 학부모 및 주민, 서울시공무원, 중구 청년과 학부모, 서울 시내 학교장 등과 만난다. 전날엔 '오세훈 2기 서울시정'의 부시장 출신인 송주범 국민의힘 지방자치위원장을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지난달엔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조계종 국제선명상대회와 주요 대형 교회 예배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정 후보 역시 진보 진영 결집에 필사적이다. 이날 공무원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교사노조연맹 등과 간담회를 연다.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공대위와도 학생인권 관련 간담회를 연다. 앞서 독자 출마를 예고하며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의 지지 선언을 끌어낸 데 이어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사퇴와 더불어 정 후보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공식화하며 진보 진영 결집을 도왔다.



이번 보궐선거의 승패가 조직력에 달려있단 분석이 나오면서 두 후보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인 만큼 체계적인 정책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데다 지금까지 교육감 선거가 정책 대결보다는 이념 대결로 치러져 '조직표 집결'에 선거의 승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총선과 함께 치러지지 않는 단독 선거인데다 평일에 치러지는 만큼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독으로 실시된 세 번의 보궐선거를 봐도 2023년 4월 울산교육감 선거 투표율이 26.5%, 2009년 4월 경북교육감 선거 24.3%, 같은 날 실시된 충남교육감 선거는 투표율이 17.6%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두 후보의 정책은 '진보교육 심판'과 '혁신교육 계승'으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조 후보가 진보교육감 교육정책을 '실패'로 규명하며 이와 대척점에 있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데 반해 정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며 이를 저지하겠단 의지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조 후보는 초등학교 지필평가 부활, 초·중·고교 수행평가 축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학력 신장 공약을 내놨다. 앞서 진보교육감 재직 10년간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저하됐단 사실을 비판하며 시험 부활을 예고한 바 있다. 지역별 서열화 우려로 2017년부터 표본 평가로 변경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전수조사도 재시행한단 방침이다. 또 '학교평가청'을 설립해 외부감사 형태로 학교를 평가하는 기관을 만들고 우수학교엔 예산을 추가 지원하고 재정운영 자율성을 확대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여기에 혁신학교와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폐지하고, 극단적 페미니즘과 동성애 교육, 민주시민교육과 노동인권교육 등울 '정치이념 편향교육'이라고 명명한 뒤 이를 금지하겠단 뜻도 내비쳤다.


정 후보는 조 전 교육감의 혁신교육을 계승하면서 발전시키겠단 입장이다. 이에 맞춰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교육정책을 의논하는 '서울 교육플러스 위원회' 구성과 문화예술 교육확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특히 최근 개정 고교 한국사 교과서로 '뉴라이트' 역사관이 도마에 오른 만큼 서울시교육청 내 역사위원회나 역사교육자료센터를 만들어 올바른 역사관에 대한 교사와 학생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제시했다.

교권 침해와 관련해선 양 후보 모두 강화해야 한다는데 동의했지만 해결 방안을 두고선 다른 생각을 드러냈다. 조 후보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통해 교권을 보다 강력하게 보호해야 한단 입장이고, 정 후보는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조 후보가 당선된다면 서울시의회에서 추진하는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은 오는 3일부터 15일까지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사전 투표는 이달 11∼12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본투표는 같은 달 1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뤄진다. 양 후보 외에도 독자 출마를 예고한 진보진영의 최보선 전 서울시 교육위원, 보수 측 윤호상 한양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등 총 4명이 서울교육감 후보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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