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판도 법원에 달렸다…고려아연 분쟁, '자사주 분수령'으로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최경민 기자 2024.10.0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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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 판도 법원에 달렸다…고려아연 분쟁, '자사주 분수령'으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자사주 매입 여부와 관련한 분수령 단계에 접어들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MBK·영풍의 공세에 대항할 카드가 하나 더 생길지 여부가 결정된다. 양측 치열한 '쩐의 전쟁'의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1일 재계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MBK·영풍측이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고려아연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2일 나올 전망이다. MBK·영풍의 공개매수 기간인 다음 달 4일까지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해달라는 요청에 대한 법원 판단 시점이 임박한 것이다.
MBK·영풍vs고려아연,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관련 입장 차이/그래픽=임종철MBK·영풍vs고려아연,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관련 입장 차이/그래픽=임종철
경영권 분쟁 시작단계부터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여부는 분쟁의 최대 변수 중 하나였다. 방어를 하는 최윤범 회장 입장에선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이 대항 공개매수보다 실질적인 방어 수단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측이 금융권 등 우군의 힘을 빌어 직접 지분을 사들이는 대항공개매수의 경우 외부 조달 자금 규모에 따라 방어에 성공하더라도 추후 경영권을 우군과 나눠야 할 수도 있지만 자사주 취득은 그렇지 않다. MBK·영풍 입장에선 최 회장측이 대항 공개매수에 더해 자사주 취득이란 카드를 하나 더 쥐는 상황은 막아야 했다. MBK·영풍이 공개매수 선언 단계부터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이유다.



양측은 각자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을 확신하면서도 법원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결국 이익을 보는건 고려아연 주주"라며 "회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 주주환원 활동의 일환이기 때문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배임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이유가 충분하단 뜻이다. 고려아연은 법원의 기각 판단이 나오면 즉각 이사회를 통해 자사주 매입 결정을 내리고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법원의 결정으로 자사주를 취득하게되면 이후 이를 전량 소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에 동원 가능한 현금 실탄 규모는 2조원대로 추산된다. 고려아연이 최근 기업어음(CP)을 발행해 4000억원을 확보하기로 한 것 역시 자사주 매입을 가정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이 있다. 최윤범 회장 측이 자사주 매입과 대항 공개매수를 동시에 진행할 길도 열리게 된다.

반면 MBK·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배임이라고 주장한다. MBK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 현재 공개매수가격 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을 할 수 밖에 없다"며 "공개매수가 끝난 후 고려아연 주가가 떨어지면 이렇게 높은 가격에 산 자사주의 가치 역시 쪼그라들어 회사 자산이 타격을 받게되고 이것이 바로 배임"이라고 말했다. 영풍 관계자는 "(고려아연)이사회에서 자사주 관련 사안을 결의하면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결의에 찬성하는 이사들도 배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MBK·영풍측이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인용 결정을 확신하는 이유다. MBK·영풍측 뜻대로 될 경우 최윤범 회장의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는 대항 공개매수가 된다.



법원의 판단이 어떤 식으로든 나오면 양측 분쟁과 관련한 수싸움이 공개매수 종료일인 다음 달 4일을 앞두고 최고조로 치솟는 셈이다. 고려아연이 4일까지 대항 공개매수 여부에 관한 결정을 내리면 공개매수 기간은 결정 시점에서 추가로 20일이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결정의 과정까지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 카드까지 쥐고있느냐, 아니냐가 변수가 되는 셈이다. MBK·영풍은 고려아연의 관련 결정에 맞춘 대응에 나서야 한다. 재계에선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면 영풍정밀에 대한 양측 쟁탈전도 격화될 것으로 본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영풍정밀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MBK·영풍은 영풍정밀에 대해서도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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