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 누가 타냐" 댓글 줄줄이…중국 댓글부대, 국적 보이면 사라질까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24.10.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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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네이버 계정들의 집단적인 댓글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인터넷 국적표시제가 다시 거론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치권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문턱을 통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업계에서는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효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본다.

한국·대만서 꾸준히 제기된 중국의 '댓글 여론전' 의혹
1일 IT업계에 따르면 김은영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 교수와 홍석훈 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 교수 연구팀이 최근 중국의 조직적 포털 댓글 교란 의혹을 제기한 '한중 경쟁산업 분야에 대한 인지전 실태 파악'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7~8월 네이버와 유튜브 등에서 한-중 경쟁산업 관련 기사에 등장한 댓글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중국어 번역체나 중국 고유 계정 특성 등을 띄는 '중국 의심 계정' 77개가 네이버에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계정들이 산업 분야 기사에 조직적으로 동원돼 댓글로 여론전을 펼친 것으로 봤다. 구체적으로는 전기차와 스마트폰 등 한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한 산업 분야의 기사에 등장해 한국 산업을 폄하하는 댓글을 주로 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에도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 교수 연구팀이 유사한 정황을 포착한 결과를 발표했다. 윤 교수 연구팀은 네이버 뉴스 댓글에 중국의 조직적 활동으로 의심되는 댓글들을 지목하며 주로 한국 비하, 반중 정치인 비방 등을 이어간 것으로 바라봤다.



대만에서도 중국의 조직적인 사이버 여론전이 의심된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올해 1월 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뉴스 댓글 등을 통해 퍼진 '미국산 돼지고기' 괴담이 있었다. 소문의 핵심은 독이 든 미국산 돼지고기가 대만에 몰래 퍼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함께 대만 정부가 생화학무기 제조를 위해 대만 국민들의 혈액을 빼돌려 미국 정부에게 넘긴다는 소문도 광범위하게 퍼졌으나 모두 가짜뉴스로 판명됐다.

일련의 여론전은 2004년부터 시작된 중국 인터넷평론원 '우마오당'의 행태로 지목되기도 한다. 중국 정부가 인터넷평론가로 칭해지는 '프로 댓글러'들을 고용해, 댓글 1개를 달 때마다 우마오(5모, 0.5위안)를 준다는 뜻에서 붙은 별칭이다. 우마오당은 해외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국적표시법 발의됐지만…실효성 어려워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스1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스1
이 같은 국내 여론 교란을 막기 위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월과 올해 7월 연달아 '인터넷 국적표시법'으로 일컬어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소셜미디어와 포털, 온라인 커뮤니티 등의 운영자가 모든 이용자의 국적 정보를 보관하고 정부에 제출하는 걸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댓글을 다는 이들의 접속 장소와 VPN(가상사설망) 이용 여부도 공개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사업자를 최대 5년의 징역형 또는 최대 5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법안이 시행된다 해도 실효성이 보장되기 힘들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네이버의 경우 회원가입시 국적정보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 댓글을 달려면 실명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 개통된 휴대폰이 주로 쓰이므로, 한국인 또는 한국 통신사에 가입한 주한 외국인 정도만 댓글을 달 수 있다.

또 VPN을 사용하는 이들을 일일이 걸러낼 수 있는 기술적 장치도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에서 일반적인 망으로 접속하는 이들과, VPN을 통해 '신분세탁'을 한 계정을 구별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포털 다음에서 한-중 축구 응원 여론을 조작한 IP는 일본과 네덜란드 IP로 나타났지만, 한국인이 국내에서 VPN을 이용해 접속지를 뒤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국적표기법은 모든 온라인 사용자의 정보와 댓글 내용을 정부가 수집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많다"며 "정작 이 같은 법안을 시행하는 유일한 나라가, 여론조작 주범으로 의심되는 중국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네이버 관계자는 "외국발 댓글 조작 관련 보도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관련 사항들을 확인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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