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행이 지역시금고까지 다 가져가"…읍소하는 지방은행장들

머니투데이 김도엽 기자 2024.10.0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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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광역시도 중 지방은행이 참여한 시도금고/그래픽=윤선정17개 광역시도 중 지방은행이 참여한 시도금고/그래픽=윤선정


대형 은행들의 지역시금고 유치 공세가 이어지면서 지방은행장들이 대형은행장들에게 자제를 요청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지난 8월26일 이사회 겸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 현안을 논의했다. 은행연 이사회는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과 외국계 2곳(SC제일·한국씨티), 특수은행 3곳(농협·기업·산업), 전북은행(현재 지방은행 대표), 토스뱅크(현재 인터넷전문은행 대표) 등 11곳의 은행장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까지 12명으로 이뤄진다.

이 자리에서 지방은행 측은 대형은행장들에게 "지역시금고 유치 참여를 자제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대형은행들이 수도권을 넘어 비수도권 시금고까지 기관영업을 확대하자 지방은행장들 차원에서 답답함을 호소하는 차원의 발언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비수도권 광역시·도금고는 지방은행장들의 연임과도 직결될 만큼 주요한 기관영업 시장"이라며 "최근 지방은행장들은 대형은행장들을 만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방은행의 '지역시금고'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한다"고 말했다.

전날 진행된 은행연합회 9월 이사회에서도 관련 발언이 오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중 연 8조원의 예산을 관리하는 광주시금고 입찰이 남았기 때문이다.



지방은행들은 지역시금고를 맡으며 얻은 저원가성 수신을 바탕으로 지역 중소기업·가계에 자금공급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형은행들이 기업대출 가격 경쟁으로 기업대출 점유율이 하락하는 와중에 지역시금고마저 가져가면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대형은행들은 가계대출 우려가 커지고 기업대출 부문의 연체율도 오르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지역시금고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결정된 부산시 1금고 입찰에 24년 만에 부산은행은 물론 다른 은행이 참여한 게 대표적이다.

부산시 1금고에는 부산·국민·기업은행, 2금고에 국민·기업은행이 참여했다. 이번에는 부산은행이 1금고를 지켰지만, 대형·국책은행이 지역시금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광주시금고 선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광주은행은 1969년 이후 55년 동안 광주시 1금고를 맡아 왔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광주은행의 지역사회 공헌에 비판 목소리가 제기되자 광주시는 이번 입찰부터 1금고와 2금고를 분리해 공모하기로 했다. 지난 24일 마감된 광주시금고 공모절차에는 1금고에 광주은행과 국민은행, 2금고는 국민·농협·우리·기업은행이 각각 참여했다.

광주은행은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0년간 유지해온 조선대(전남 광주 소재) 주거래은행을 신한은행에게 뺏긴 바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역시금고는 저원가성 수신도 있으나 관계 기관의 공무원 및 친인척 등 영업거점이 늘어나는 효과도 크다"라며 "지점 접근성이나 지자체 기여도 등 지방은행에게 평가항목이 유리하지만 최근 부각되는 출연금 등 자본력 부문에서는 대형은행이 앞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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