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찾은 이창용 "정부 역할, 과거와 달라져야…민간 방해 말아야"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 기자 2024.09.3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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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순 선발이 가장 공정한 건 아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부총리-한은 총재 타운홀 미팅'에 앞서 야외 정원을 걷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사진=(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부총리-한은 총재 타운홀 미팅'에 앞서 야외 정원을 걷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사진=(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과거와 다르게 정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며 "민간이 뛰는데 (정부가) 방해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세종시에 위치한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 미래의 산업과 인력구조 재편성을 위한 정부와 통화당국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어떻게 재편하느냐 하는 것은 지난 프레임워크"라며 "과거 우리나라가 이머징마켓이고 후진국이었을 때는 공급이 부족했고 모든 정책이 공급자 중심으로 돼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과거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고 과거에는 어떻게 공급을 늘릴 수 있느냐가 큰 프레임이었다면 지금은 민간 구조로 수요가 움직이는데 정부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그런 프레임워크에서 바뀌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 제 사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생각하는 정답은 민간이 뛰는데 (정부가) 방해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가 갖고 있는 많은 규제라든지, 프레임워크가 과거 민간이 발전하지 않았을 때 만들어진 제도"라며 "중소기업의 규모에 관한 지원을 할 때 어느 규모로 한다든지 등 그런 제약이 과거에는 맞았지만 지금은 맞지 않는 제도가 많다는 뜻이지 정부가 (과거에) 나쁜 일을 했단 뜻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또 최근 한은이 발표한 교육보고서와 관련해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모든 대학이 여러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뽑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국민이 성적순이 가장 공정하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적순으로 (학생을) 뽑는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최근 한은이 보고서를 통해 제안한 '대학 지역별 비례선발제' 논란 관련이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일부 상위권 대학이 자발적으로 대부분의 입학정원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 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상위권 대학에서 서울 강남 지역 고교 졸업생들의 비중이 지나치케 크다"며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게 할 과감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각 대학이 하고 있는 지역선발제를 더 크게 한다면 강남으로 모이는 것을 해결할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강남에 사는 부모님들도 여섯 살때부터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것이 과연 (아이에게) 행복한 것인지, 중간에 부모의 요구를 달성하지 못한 아이들은 그것이 평생의 짐이 될텐데 이런 사회가 계속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현상은 매우 나쁜 균형이므로 조그만 변화로는 바꿀 수 없고 공론화를 통해 뭔가 변화의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한은 총재 중 처음으로 기재부를 방문했다. 이 총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한은 및 기재부 직원들과 함께 '한국 경제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 지속 가능 경제를 위한 구조 개혁'을 주제로 타운홀 미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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