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 시즌2’, 한걸음 나아갔지만 재미는 제자리걸음

머니투데이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9.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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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보다는 정리가 됐지만 여전히 구멍이 많은 헐거운 전개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가 7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회심의 역작 ‘경성크리처’가 대단원의 막을 장식할 시즌2를 공개했다. 총 7화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즌2는 1년여에 걸친, 80여년의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즌1의 무수한 떡밥을 하나하나 건져올리는 시즌2는 1945년 경성에서 2024년 서울로 점프해 한 세기를 이어온 질긴 인연과 애절한 사랑을 그린다. 덕분에 시즌1의 내용을 모른 채 시즌2를 감상하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모든 인물들과 사건이 과거와 연결돼 있어 시즌2 감상에 앞서 시즌1의 내용 파악은 필수 작업이다.



시즌1에서 죽어가는 딸 채옥(한소희)을 살리기 위해 채옥의 어머니(세이싱) 는 나진을 딸에게 넣어준다. 나진을 이식받아 죽지 않는 몸이 된 채옥은 태상(박서준)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오랜 세월을 홀로 살아간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현재의 서울. 1년 전 사고 이후 기억을 잃은 호재(박서준 분)는 망해버린 부강상사의 부대표로 생계형 흥신소를 운영 하고 있다. 불륜남녀의 현장을 덮치려던 모텔에서 얼굴에 구멍이 뚫린 채 죽어있는 남자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역시 죽은 남자의 실종건을 의뢰받아 찾아온 은제비(한소희)와 맞닥뜨린다.

머리에 구멍이 뚫린 채 뇌가 사라진 동일한 형태의 살인사건이 연속 발생하며 용의자로 몰린 호재는 사건의 실마리를 쥔 인물 은제비의 흔적을 쫓게 된다. 호재에게서 태상의 모습을 본 은제비는 그와 팀을 이뤄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나서고 자신처럼 ‘괴물’ 동족인 승조(배현성)에게 공격을 받는다.

경성크리처 시즌2는 80여년의 시간이 지나 옹성병원 위에 세워진 거대 제약회사 전승제약을 둘러싼 음모와 여전히 끝나지 않은 과거의 질긴 인연을 그린다. 전승제약에서 비밀스러운 인체 실험을 통해 계속해서 괴물(크리처)를 양성해왔고 그 배후의 인물이 하나둘 벗겨지는 베일 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시즌1의 엉성하고 개연성 없던 스토리는 시즌2에서 상당히 전진한 모양새를 보여준다. 나진을 통해 괴물을 만들던 옹성병원의 인체실험과 그 희생양이 된 어머니를 찾아나선 채옥 부녀, 이 과정에 함께 하게 되는 금옥당 대주 태상의 인연을 기둥 줄거리로 했으나 개연성 없는 전개와 시대상과 맞지 않는 이물스러운 캐릭터, 비호감을 자아내는 크리처 등 시즌1은 여러모로 부족한 완성도로 아쉬움을 안겼다.



이에 비해 시즌2는 헐거운 시즌1의 바통을 이어받아 전편이 던진 떡밥들을 서서히 회수하며 흔들리던 얼개를 일부 끼워맞추는 미덕을 발휘한다. 이번 시즌을 통해서야 앞선 이야기들의 궁금증과 의혹이 상당부분 해소되며 비로소 스토리의 완성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1편에서 확장된 크리처들이 다수 등장하며 ‘경성크리처’라는 제목에 걸맞은 재미를 선사한다. 아키코의 아들로 모체에서부터 나진을 이어받은 승조가 보이는 크리처적 특징과 새롭게 창조된 쿠로코 우두머리(이무생)와 쿠로코 집단들이 펼치는 액션이 스피디하고 독창적이다.

한세기 동안 이어져 온만큼 크리처에 대한 생리적 특징과 통제방법 등도 상당히 흥미롭다. 나진을 24시간 잠재울 수 있는 약물 및 수면 가스, 타 인체로의 전이방법, 태생적으로 달라지는 외양과 특징 등이 재미를 준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액션이 진일보하고 세기의 로맨스는 더욱 애절해졌으나 여전히 다 회수하지 못한 떡밥도 상당하다. 호재의 과거를 알고 있지만 애써 진실을 감추며 호재를 친동생 이상으로 아끼는 용길(허준석)과의 인연이나 안테나 노인과 장대주의 관계, 후반부 사라진 종혁의 행방, 그토록 태상에게 집착하는 마에다가 역시 집착과 분노를 표출하던 세이싱과의 관계, 어딘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던 강력반 박형사의 정체 등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아 개운치 못하다.

또 전제척으로 반복되는 플롯과 과거 회상 신이 남발이 지루함을 준다. 주인공들이 납치되거나 결박당하고 정신을 잃고 부상을 입는 과정이 여러차례 반복된다. 태상과 채옥의 과거 회상 신도 너무 빈번하게 삽입돼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을 방해하고 산만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1편의 묵직한 조연 배우들이 모두 하차하고 오롯이 주연배우 박서준과 한소희에게 비중을 몰아 다양한 캐릭터와 명품 조연들의 활약을 보는 재미가 사라졌다는 점도 아쉽다. 던져둔 실마리를 말끔히 해소하지 않고 속편에 대한 암시를 남긴 ‘경성크리처 시즌2’는 시대극에 크리처물를 잡목한 새로운 시도와 주연배우 박서준, 한소희, 이 아름다운 청춘배우의 그림같은 로맨스라는 성취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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