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1609억→13억인데 4502억 증자하자는 금양에 투자자 비명

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2024.10.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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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양 3개년 실적 추정치/그래픽=이지혜금양 3개년 실적 추정치/그래픽=이지혜


한때 시가총액 10조원을 넘기며 SK텔레콤 (55,900원 ▼700 -1.24%), 한화오션 (30,550원 0.00%), 대한항공 (22,550원 ▼400 -1.74%) 등 내로라하는 코스피 상위주들을 제쳤던 금양 (52,300원 ▼4,200 -7.43%)이 4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유상증자 공시를 내놓았다. 여기에 지난해 투자한 몽골 광산업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던 탓에 실적 추정치도 급격히 줄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채무부담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때 투자에 주의가 필요한 기업이라고 조언했다.

30일 금융감독원 다트(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양은 지난 27일 장 마감 후 주주배정 후 실권주는 일반공모하는 방식의 유상증자 결정 공시를 내놓았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금양은 4502억6200만원을 조달하게된다. 신규로 발행되는 주식수는 1156만주로 기존에 발행됐던 주식수(5805만주)의 20%에 해당한다. 예상 발행가격은 3만8950원이다.



현재 주가대비 30%가까이 할인된 금액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류광지 금양 회장도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금양은 이번 유상증자로 부산 기장에 건설중인 2차전지 생산공장 '드림팩토리2'의 차질없는 준공을 위해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주주들은 사실상 돈을 더 빌릴 곳이 없으니 주주들에게 손을 내미는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해당 공장에서는 금양이 국내 굴지의 셀메이커 업체보다도 먼저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4695원통형 배터리가 생산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금양의 실적에서 2차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없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금양 매출액의 65%가 발포제에서 나왔다. 나머지 매출액도 임대(0.05%)를 제외하고 전부 발포제원료와 발포제유관제품을 판매해 발생했다.



재무구조는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최근 3년동안 실적도 악화일로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000억원대 매출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1520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도 적자로 전환했다. 올해 들어서는 2개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주가도 하락하며 시가총액은 3조원으로 줄었다.

특히 유동부채의 증가속도가 두드러진다. 이중에서 1년안에 갚아야하는 단기차입금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연결기준 금양의 단기차입금은 2021년 574억3584만원, 2022년 476억5164만원, 2023년 2661억4235만원으로 지난해에만 2185억원을 새로 빚졌다. 올해 들어서도 2823억원의 빚이 추가되며 상반기 기준 단기차입금은 5484억4493만원에 달한다.

본업인 발포제 사업에서도 수익이 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단기간에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도 거의 없어 갚을 길은 요원하다. 지난해 기준 금양의 영업손실률은 10%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까지 563억원이 있었으나 올해 상반기기준 26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이자비용 등을 포괄하는 기타비용은 2021년 24억원, 2022년 97억원, 2023년 259억원, 올해 상반기 295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투자자들의 금양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고 있다. 금양은 지난 27일 주주배정 유상증자 공시를 발표한 직후 몽골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예상보다 성과가 좋지 않다며 장래사업·경영계획 정정공시를 냈다.

앞서 금양은 지난해 5월 몽골에서 리튬을 채굴해 2차전지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정정공시를 통해 금양은 예상보다 고품위 광석 확보시기가 지연돼 텅스텐 생산량이 게획대비 줄었고, 리튬의 경우 심층시추탐사를 진행중인만큼 예상 경영성과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올해 매출액 추정치는 기존 4024억4000만원에서 65억8000만원으로 98% 낮췄다. 영업이익 추정치도 1609억7600만원에서 13억1600만원으로 줄였다.



금양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도 부정적이다. 지난해 2차전지 상승장이 펼쳐졌을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서 에코프로그룹만큼 회자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분석보고서가 발간됐던 에코프로그룹과 달리 금양에 대한 기업분석보고서는 2022년 9월 이후 단 한건도 발간되지 않았다.

시가총액이 10조원에서 3조원으로 줄었지만 매출액이 1000억원대 수준에서는 여전히 과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범준 카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금양의 사업구조는 벤처회사랑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며 "이런 회사가 꾸준히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신뢰가 중요한데, 그간 공시한 내용을 확인해보면 신뢰성이 있는 기업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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