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요! 안돼요!" 고사리손으로 비상벨 삑삑…유치원생 찾아간 경찰[르포]

머니투데이 최지은 기자 2024.09.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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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경찰서, 관내 6~7세 어린이 대상 '비상벨 체험 프로그램' 진행

지난 27일 서울 관악구의 은아유치원 인근 주택가. 7세로 구성된 은아유치원 백조반 원생 20명이 가로등 아래에 옹기종기 모였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9월9일부터 관내 유치원 6곳 6~7세 원생 361명을 대상으로 비상벨 안전 체험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오는 11월까지 약 40여명의 어린이들이 추가로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교육을 받고 있는 은아유치원 원생들의 모습./사진=최지은 기자 지난 27일 서울 관악구의 은아유치원 인근 주택가. 7세로 구성된 은아유치원 백조반 원생 20명이 가로등 아래에 옹기종기 모였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9월9일부터 관내 유치원 6곳 6~7세 원생 361명을 대상으로 비상벨 안전 체험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오는 11월까지 약 40여명의 어린이들이 추가로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교육을 받고 있는 은아유치원 원생들의 모습./사진=최지은 기자


"CCTV(폐쇄회로TV) 관제센터입니다."
"누가 잡아가요! 도와주세요!"
"곧 그쪽으로 경찰관 출동할 거니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계세요."

지난 27일 서울 관악구의 은아유치원 인근 주택가. 7세로 구성된 유치원 백조반 원생 20명이 가로등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가로등에는 '비상벨'이라고 쓰인 글자 아래 붉은색 버튼이 설치돼 있었다.



아이들이 손을 모아 버튼을 누르자 관악구청 CCTV 관제센터로 통화가 연결됐다. 가로등 맞은편에는 방범용 CCTV가 비상벨 인근 현장을 비추고 있었다. 비상벨로 신고하면 휴대전화가 없어도 긴급 신고를 할 수 있다. 경찰들은 경찰서 내 112 치안 종합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 파악이 가능하다.

곧이어 골목길 사이로 은아유치원 관내를 담당하는 낙성대지구대 경찰관들이 순찰차를 타고 출동했다. 아이들은 경찰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실시하는 '어린이 맞춤형 비상벨 체험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다.



'어린이 맞춤형 비상벨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비상벨로 신고를 하자 은아유치원 관내를 담당하는 낙성대지구대 경찰관들이 순찰차를 타고 출동했다./사진=최지은 기자'어린이 맞춤형 비상벨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비상벨로 신고를 하자 은아유치원 관내를 담당하는 낙성대지구대 경찰관들이 순찰차를 타고 출동했다./사진=최지은 기자
관악경찰서는 지난 9월9일부터 관내 유치원 6곳 6~7세 원생 361명을 대상으로 비상벨 안전 체험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오는 11월까지 약 40여명의 어린이가 추가로 교육받을 예정이다.

지난 7월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한 중년 여성이 "아줌마와 함께 가자"며 아이들을 유인하다 경찰에 붙잡힌 일이 발생하면서 초등학교 입학이 얼마 남지 않은 6~7세를 교육 대상으로 선정했다.

경찰관들이 신청서를 제출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직접 방문해 △성추행·유괴 등 아동범죄예방 교육 △112신고 요령 교육 및 비상벨 체험 △112 순찰차 탑승 체험 △경찰 장구 시연 및 무전기 체험 등을 진행한다.


이다정 관악경찰서 CPO(범죄예방진단팀)가 이날 교육담당관으로 나섰다. 이 CPO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성추행·유괴 관련 신고 요령을 설명했다.

이 CPO가 "모르는 어른이 맛있는 거 사줄게. 같이 가자고 하면 어떻게 해요?"라고 질문하자 원생들은 입을 모아 "싫어요! 안 돼요!"라고 외쳤다.



이 CPO는 112신고 시 현재 위치를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주택가 벽면에 안내된 도로명 주소 안내판을 가리키며 "신고 시 해당 주소를 말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또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비상벨을 눌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CPO는 "장난으로 비상벨을 누르게 되면 나중에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 원생은 "장난으로 비상벨을 누르면 양치기 소년이 된다"며 진지한 표정으로 답하기도 했다.

 이다정 관악경찰서 CPO(범죄예방진단팀)가 지난 27일 교육담당관으로 나섰다. 이 CPO는 112신고 시 현재 위치를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주택가 벽면에 안내된 도로명 주소 안내판을 가리키며 "신고 시 해당 주소를 말해주면 된다"고 말했다./사진=최지은 기자 이다정 관악경찰서 CPO(범죄예방진단팀)가 지난 27일 교육담당관으로 나섰다. 이 CPO는 112신고 시 현재 위치를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주택가 벽면에 안내된 도로명 주소 안내판을 가리키며 "신고 시 해당 주소를 말해주면 된다"고 말했다./사진=최지은 기자
경찰관의 교육에 교사들도 동참했다. 한 교사는 아이들에게 "주말 동안 엄마, 아빠와 길 가면서 비상벨 있는지 확인해보고 꼭 선생님에게 말해달라"며 아이들에게 교육 내용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한 은아유치원 원감은 "1달에 한 번 원생들을 대상으로 생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교사들이 하는 교육은 한계가 있다"며 "경찰관이 직접 교육을 해주니 더 전문적이어서 좋다. 최근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미성년자 약취유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에 공문이 오자마자 신청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종덕 관악경찰서 CPO는 "아이들에게 교육하다 보면 '비상벨이 없으면 어떻게 하냐' 같은 질문을 하기도 한다"며 "그럴 때는 주변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본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들의 안전의식이 향상되고 실제 위급상황 발생 시 대처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5세 미만의 어린이를 대상으로도 교육이 확대되도록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관들이 '어린이 맞춤형 비상벨 체험 프로그램' 신청서를 제출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직접 방문해 △성추행·유괴 등 아동범죄예방 교육 △112신고 요령 교육 및 비상벨 체험 △112순찰차 탑승 체험 △경찰장구 시연 및 무전기 체험 등을 진행한다. 한 어린이가 순찰차 체험을 하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경찰관들이 '어린이 맞춤형 비상벨 체험 프로그램' 신청서를 제출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직접 방문해 △성추행·유괴 등 아동범죄예방 교육 △112신고 요령 교육 및 비상벨 체험 △112순찰차 탑승 체험 △경찰장구 시연 및 무전기 체험 등을 진행한다. 한 어린이가 순찰차 체험을 하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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