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2019년 개봉한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의 후속편인 ‘조커: 폴리 아 되’는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다섯 명(실제론 여섯 명)을 죽이며 광기의 조커로 거듭났던 그때로부터 2년 뒤를 배경으로 한다. 세상을 뒤흔들며 고담시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으나 정작 수용소에 갇혀 재판을 기다리는 아서 플렉의 모습은 무기력하다. 특유의 마르고 비대칭으로 굽은 어깨의 뒷모습으로 아서가 등장할 때부터 우리는 이 인물이 2년 전보다 얼마나 더 황폐해졌는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기대가 스멀스멀 드는 건 당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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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이즈 본’ ‘하우스 오브 구찌’로 배우의 역량을 충분이 발휘한 레이디 가가가 이 영화에서 할리 퀸을 맡은 건 빼어난 선택. 대중에게 할리 퀸은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마고 로비의 모습으로 익숙하지만, 레이디 가가는 마고 로비와는 확고히 다른 할리 퀸을 만들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노래와 춤과 연기를 소화하면서 동시에 호아킨 피닉스의 광기 어린 연기에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발휘해야 하는 ‘조커: 폴리 아 되’의 할리 퀸에 레이디 가가만큼 어울릴 인물이 또 있을까 싶다. 피아노 건반을 부서져라 연주하는 광기 어린 할리 퀸에게서 마고 로비의 그것보다 보다 심연의 어두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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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역시 문제는 사랑에 빠진 조커와 할리 퀸의 노래를 주고받는 모습이 관객이 원하는 것인가다. ‘조커’는 억압과 불안과 무례로 가득했던 사회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그로 인해 극악한 심리적 압박을 절절하게 표현한 조커의 모습으로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오죽하면 영화를 보고 이에 몰입된 일부 관객들의 과열된 반응이 있을까 우려할 정도였다. 그러나 ‘조커: 폴리 아 되’는 아서/조커와 리/할리 퀸의 감정선에 집중하면서 이야기의 품이 한층 좁아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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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가 DC 유니버스에 속하지 않은 독립적인 영화이긴 하지만, ‘조커: 폴리 아 되’에서는 조커의 파트너인 할리 퀸이 동등한 주인공인 데다 아서 플렉의 재판을 맡은 담당 검사로 훗날 ‘투페이스’가 될 하비 덴트(해리 로티)가 나오는 만큼 약간의 연결된 서사 혹은 앞으로 나올 이야기를 기대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도 영화는 꽉 닫힌 결말을 보여주며 기대를 접게 만든다. 아서 플렉이라는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봤을 때는 맞춤한 결말일지 모르겠으나, ‘베테랑2’ 때도 그랬지만, 관객이 원하는 ‘조커’의 결말인지는 아리송하다. 감독은 전편의 반응을 보고 이 작품을 의식적으로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무의식적인 영향이 있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헷갈린다고? ‘조커: 폴리 아 되’는 호아킨 피닉스와 레이디 가가가 빚어내는 압도적인 연기를 큰 화면으로 보는 것엔 충분한 의의가 있다. 어깨뼈만으로도 감정을 전달하는 독보적인 배우인 호아킨 피닉스가 레이디 가가와 펼치는 앙상블 연기는 외면할 수 없는 포인트다. 전편에 이어 음악을 맡은 힐두르 구드나도티르의 음악 스타일은 영화의 스타일을 완성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등 오래된 재즈 넘버와 올드 팝 등은 중장년층에게 반가울 듯하다. 전편의 기조는 있지만 다른 영화라는 점을 인지하고 영화관에 갈 것을 권한다.
‘조커: 폴리 아 되’는 10월 1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37분. 쿠키 영상은 없으나 영화를 여는 오프닝이 특별하다. 1930년대 인기를 끈 고전 애니메이션 ‘루니 툰’ 형식으로 제작한 오프닝 애니메이션이 전편의 테마를 녹여내면서 이번 영화의 복선을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