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수장' 사망에 중동 전운 최고조… 또 뒤통수 맞은 미국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24.09.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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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속개된 79차 유엔총회에서 전쟁의 정당성을 역설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속개된 79차 유엔총회에서 전쟁의 정당성을 역설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수장이 살해되며 중동의 전운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인 '저항의 축'은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을 다짐했고 이스라엘 역시 보복에 대한 대응을 경고하며 확전 우려가 더 커졌다. 국제 사회는 외교적 해결책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예상을 깨는 이스라엘의 공격 행보에 미국도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네타냐후 "중동 힘의 균형 바꿀 역사적 전환점" 자평
2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오후 영상 연설에서 "테러리스트 나스랄라는 이란 '악의 축'의 중심이자 핵심 엔진이었다"며 "그를 살해한 일은 중동 내 힘의 균형을 바꿀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나스랄라가 살아있는 한 헤즈볼라의 역량이 빠르게 회복됐을 것"이라며 "나는 (제거) 명령을 내렸고, 나스랄라는 더 이상 우리 곁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텔아비브의 이스라엘군(IDF) 본부를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향해서도 "누구든 우리를 때리면, 우리는 그들을 때릴 것"이라며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긴 팔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고 경고했다.

IDF는 2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인 다히예에 있는 주거용 건물 아래 헤즈볼라 본부를 폭격해 나스랄라를 제거했다. 남부 전선 사령관 알리 카르키 등 일부 지휘부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스라엘은 나스랄라 제거 직후에도 레바논 북부에 공습을 이어가며 지상전도 대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IDF 병력과 탱크 행렬이 레바논 국경 지대로 집결하며 지상 침투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美 "나스랄라 제거는 정의"… 사전 상의는 없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FPBBNews=뉴스1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FPBBNews=뉴스1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IDF의 나스랄라 살해를 두고 '정의 구현'이라면서도 확전은 경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나스랄라와 그가 이끈 테러단체 헤즈볼라는 지난 40년의 공포 통치 기간에 미국인 수백 명을 살해한 책임이 있다"며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그의 죽음은 미국인, 이스라엘인, 레바논 민간인 수천 명을 포함한 수많은 희생자를 위한 정의의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궁극적인 미국의 목표는 외교로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라며 휴전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이번에도 미국과 사전 상의 없이 나스랄라 살해 작전을 실행하고 작전이 끝난 후에야 미국에 '이란의 보복 공격을 막아달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 관계자는 미 매체 악시오스에 "나스랄라가 나쁜 사람이긴 하지만 이스라엘이 우리와 상의 없이 일을 벌이고 지원을 요청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란, 유엔 안보리에 긴급회의 소집 요청… 휴전 어디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AFPBBNews=뉴스1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AFPBBNews=뉴스1
보안 우려로 통신 인프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헤즈볼라가 신화적 존재인 수장까지 잃은 가운데 어느 선까지 보복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헤즈볼라는 나스랄라 외에도 지도부 상당수가 최근 잇달아 목숨을 잃었다. 지금까지 확전을 꺼려왔던 이란의 대응에 국제 사회가 숨을 죽이는 이유다. 헤즈볼라는 이달 중순 이스라엘의 통신기기 무차별 폭발 작전 이후 이란에 보복을 요청한 바 있다.


헤즈볼라의 요청에도 신중했던 이란은 하스랄라의 죽음에 강경한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성명에서 "레바논 국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의 편에 서서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든 사악한 정권(이스라엘)에 맞서는 이들을 도우라"고 촉구했다. 29일 이란은 이스라엘의 나스랄라 살해에 항의해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 소집도 요청했다. 이란의 유엔 특사인 아미르 사이드 이라바니 대사는 "이스라엘의 지속적 침략을 중단하고 전면전을 막기 위해 (안보리가) 즉각 단호한 조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예멘 반군 후티도 유엔 총회 참석 후 귀국한 네타냐후 총리의 도착 시간에 맞춰 텔아비브 공항에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이스라엘 방공망에 요격됐다. 헤즈볼라도 이날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90발을 발사했다. IDF는 이 공격으로 서안 지구에 화재와 정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5일 미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은 유엔총회에서 3주 휴전안을 제시했고 유엔 안보리도 휴전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휴전 가능성을 일축하며 헤즈볼라를 향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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