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똑같은 대출, 똑같은 대책…변화가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4.09.30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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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사진=뉴스1


'한도와 금리', 은행 영업맨이 가진 무기다. 대출 상품에서 한도가 '양'이면 금리는 '가격'이다. 대출 상품을 많이 팔기 위해서는 한도(양)를 늘려주거나 금리(가격)를 낮춰 주면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높이면 대출을 줄일 수 있다.

최근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별로 내놓는 방식이 비슷한 이유다. 유주택자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대출모집인 취급 중단 등 은행별로 큰 차이가 없다. 금리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올려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지고 있다.



이쯤에서 생각해볼 것은 상품의 '질', 즉 대출 상품 간의 차별점이다. 다른 상품과의 차별화는 장사꾼의 주요 세일 포인트다.

하지만 현재 대출 시장에서 은행 간, 혹은 대출 상품 간 차별점을 찾을 수 있을까. 모든 상품이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으니 문제의 해결책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 한도와 금리만을 놓고 경쟁하는 관행에 너무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 환경이 다르지만 일본은 주담대에서 다양한 금리 형태를 제공한다. 6개월, 1년 단위의 변동형은 물론 만기 기간 동안 금리가 고정되는 상품도 있다. 또 고정금리 기간을 3년, 10년, 20년 등의 단위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해 시간이 지날수록 금리가 낮아지는 형태도 있다.

거주용과 투자용을 분리해서 운영한다. 거주용 주담대의 금리가 1%대라면 투자용 주담대는 더 높은 1.5~4.5%의 금리가 적용된다. 심사도 투자용 주담대가 더 까다롭다. 대출 상환 자금의 재원이 근로 소득이 아닌 주택임대로 보기 때문이다. 연봉이 높아도 수익성이 낮으면 대출이 안 될 수도 있다.

투자 목적의 금리를 높이는 대신 실수요자(거주 목적)의 대출 금리를 낮추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관행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렵고, 귀찮다. 은행 입장에서 가만히 있어도 잘 팔리는 상품에 굳이 변화를 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변화를 고민할 시기다.


변화는 은행만의 힘으로 어렵다. 은행이 여러 변화를 시도하지 못한 것은 금융당국의 규제도 한몫했다. 당국은 가계대출 관리를 자율에 맡긴다고 한다. 시장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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