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3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공중보행로가 하루 평균 보행자 수가 원래 예측했던 거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서울시는 당초 사업 목적이었던 주변 상권 활성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서울시는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에 관한 주민 공청회와 시의회 의견청취 등 행정 절차를 진행한 뒤 주민 의견 수렴 등을 반영해 내년부터 철거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편,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는 종묘~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 /사진=(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노후한 세운상가 지역 재정비는 서울시의 정책 방향에 따라서 계획이 달라졌다. 2009년 정비계획에서는 준공된 지 40년이 지난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8개 구역의 전면재개발을 통해 도심 속의 신도심 등을 조성하는 계획안이 수립됐다. 불과 5년 뒤 2014년 정비계획에서는 정책이 도시재생으로 바뀌었다. 세운상가 건물군을 보전하고, 주변 블록은 171개 중소규모 정비구역으로 분할 개발하는 식이다. 지상 3층 공중보행로도 남기고 끊겼던 일부 구간을 연결하기로 했다. 보행로를 되살려서 세운상가 일대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의 재생사업 예산에는 총 1100억 원이 책정됐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 계획에 대해서는 균형 잡힌 관점의 평가가 필요하다. 예산 1100억원을 투입한 공중보행로 철거에 대한 평가는 여러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가장 피해야 할 부분은 '전임시장의 정책 지우기'와 같은 정쟁적 문제제기 방식이다.
다음으로 시설물의 지속가능성이다. 공중보행로는 건물 자체가 지속돼야 유지가 가능한데, 세운상가 건물들은 준공 55년이 지나면서 노후화로 장기적으로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끝으로 현대 도시의 변화 추세와 도시경쟁력 측면에서 적절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서울의 구도심에 복합업무 거점을 만들고, 멋진 문화시설과 녹지공간을 만들 새로운 계획이 요구된다. 기존 재생사업으로 이 같은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어긋난 부분이 생긴다.
현시점에서 공중보행로의 이용 실태 및 전망, 장래 지속가능성, 도심의 미래 경쟁력 강화 필요성 반영 여부 등을 고려하면 철거냐 보전이냐 논란을 풀어낼 실마리가 보인다.
구자훈 한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