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감원 지켜보던 업체가 금감원 직원사칭…최소 300억 사기전말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4.09.3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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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가상자산거래소 비즈넥스 일당이 경찰과 금융감독원 직인을 허위로 찍어 만든 공문. 투자자들의 추가 입금 유도용이다.가짜 가상자산거래소 비즈넥스 일당이 경찰과 금융감독원 직인을 허위로 찍어 만든 공문. 투자자들의 추가 입금 유도용이다.


주식, 가상자산(코인) 거래를 가장한 가짜 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최소 300억에 달하는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일당이 수사기관으로부터 덜미를 잡혔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게 된 배경인 '가짜 가상자산거래소'와 관련된 일당이다. 피해자들의 경찰 고발과 금감원의 소비자 경보 이후로도 일당은 투자자들의 돈을 추가로 뜯어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법조계와 투자 피해자들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허위 거래 사이트 운용, 자금세탁 등과 관련한 혐의로 20~40대 남성 피의자들을 순차적으로 기소했다.



이 가운데 40대 남성 네 명은 올해 1월부터 5월 사이에 신영증권 (79,200원 ▲200 +0.25%), DB금융투자 (5,570원 ▼60 -1.07%)의 이름을 사칭한 가짜 주식 투자 사이트와 허위 가상자산거래소 비즈넥스, BDCDP를 세우고 대포통장 등을 통해 288억원의 투자자 거래대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기소됐다.

피의자들은 구속된 상태다.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문건을 보면 검찰은 이들을 기소한 이유에 대해 "유튜버 밧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와 신우호 교수가 연계해 기관 세력의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는데, 네이버 밴드에 우선 가입하고 우리가 제공하는 BDCDP 거래어플을 다운받아 리딩 정보에 따라 매수금을 보내주면 고수익을 내게 해주겠다는 취지로 기망했다"고 봤다. 아울러 검찰은 또 다른 40대 남성(구속)에 대해 비즈넥스 사건과 관련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13억원을 투자자로부터 빼돌린 혐의로 기소했다.
가짜 가상자산거래소 비즈넥스 관련 리딩방에 가짜 가상자산거래소인 비즈넥스에 대한 입금용이라며 한 회원이 업로드한 사진. 피해자들은 범죄 수익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가짜 가상자산거래소 비즈넥스 관련 리딩방에 가짜 가상자산거래소인 비즈넥스에 대한 입금용이라며 한 회원이 업로드한 사진. 피해자들은 범죄 수익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기소 내용에 등장한 비즈넥스와 BDCDP는 금융감독원에 피해 신고가 잇따라 접수된 가짜 가상자산거래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킹 피해 등 갖가지 사유를 명목으로 출금을 빈번하게 중단하면서 '가짜 가상자산(암호화폐)거래소'라는 의혹이 제기됐던 곳들이다.



금감원이 지난 3월 "가짜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투자 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 핵심 배경이 된 업체들이다. 그러나 이들 가짜 가상자산거래소들은 4월 들어 투자금 반환을 위해선 신원 증빙에 필요한 자금을 내라고 요구하는 행위도 벌였다.

경찰,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허위 공문도 만들어 뿌렸다. 검찰 공소내용에 따르면 4월 이후로도 투자 피해를 일으켰다. 법조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선 현재 보이스피싱에 대해 적용되는 것과 같이 리딩방, 주식·코인 등 투자사기에 대해서도 은행의 즉각적인 지급정지(계좌 동결)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는 계속되고 있는것으로 알려져 피해액이 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투자 피해자는 "20억원대 투자금을 잃은 피해자도 있다"며 "사건을 모두 합치면 피해액은 5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사건이 벌아지면 총책은 수족을 잘라내기 바쁘다"라며 "지급정지 대상이 확대돼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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