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 수장 '북핵 인정' 필요성 시사…"대화 나서야"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4.09.2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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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 AP통신 인터뷰 "김정은 무기급 핵물질 시찰, 무슨 의미겠냐"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로이터=뉴스1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로이터=뉴스1


국제원자력기구(IAEA) 수장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국제사회가 북한과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시 총장은 26일(현지시간) AP통신 인터뷰에서 "손 쓸 수 없는 지경까지 문제가 악화되도록 놔두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와 국제법 위반으로 비난받아야 할 일이라면서도 "북한은 사실상 핵 보유국이 된 2006년 이후 국제사회의 관여는 없었고, 이후 핵 프로그램을 상당히 확장시켰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로시 총장은 지난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시찰하는 장면을 문제로 꼽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한층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총장은 "북한 핵 프로그램이 굳건한 토대를 갖추고 있다는 IAEA 평가를 뒷받침한 장면"이라며 북한이 핵탄두 30~50발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지시가 뭘 뜻하는 것이겠느냐고 반문했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뜻으로 읽힌다.

그로시 총장은 이처럼 북한에 방대한 핵 프로그램이 있지만 국제사회가 안전성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 노력이 절실하다면서 북한과 대화하려면 아주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찾아가서 대화하고 행동하는 것(engage, talk, try things)이 지난 수년간 내가 지킨 신조"라며"과거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대화 창구를 열어야 한다"고 했다.



국제사회가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은 올해 미국 양당 전당대회 때부터 본격 제기됐다. 공화, 민주 양당 모두 정강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구를 삭제했기 때문. 존 볼튼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참모 출신 인사와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북핵을 용인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캠프는 "한반도 비핵화는 바이든 정부의 목표였고 해리스 정부에서도 그럴 것"이라는 입장이다. 명목상으로 한반도 비핵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북한 핵 위협에 대해 억지력을 행사하는 실용적 전략을 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더 디플로맷은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한다면 중국, 러시아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을 확실히 압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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