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지적에 "대항 공개매수 구조 안나와"…물밑에선 '쩐의 전쟁'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최경민 기자, 안정준 기자 2024.09.2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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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풍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풍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영풍이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성립이 안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고려아연이 MBK·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가격 상향을 '묻지마 빚투'로 규정한데 대한 반박이다. 양측은 이처럼 여론전을 전개하며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기위한 '쩐의 전쟁'을 물밑에서 벌이는 양상이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풍·MBK파트너스는 경영권을 가지게 되는 주식을 팔게 되는데 고려아연은 그렇지 않다"며 "비싼 가격에 사서 더 비싼 가격에 사줄 (다른) 사람이 있을지 그게 고려아연의 난관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항공개매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권리니까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면서도 "고양이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꼴 안되도록 했으면 좋겠다. 특히 불법 요소가 있는 일은 정말 안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 사장은 전일 공개매수가를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상향한 데 이어 재차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에 대해선 함구했다. 다만, 현 수준의 공개매수 가격에서 충분히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사장은 "평소 고려아연 기업 가치를 주당 50만원 정도로 보는데 앞으로 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회사"라며 "오버밸류 돼서 75만원에 사지만 앞으로 우리가 매각할 때는 주가가 100만~120만원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기에다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공하면 (투자금) 보전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개매수가 인상을 고려아연측이 '묻지마 빚투'로 규정하며 비난한데 대한 반박이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진행하면서 8개월짜리 빚인 단기차입금 1조 4905억 원을 조달하더니 다시 3000억 원의 빚을 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빚만 무려 1조 8000억 원이며 펀드자금은 몇 1000억 원 수준에 불과한 '빚투 펀드'"라고 비판했다. 공개매수 종료일인 다음 달 4일을 앞두고 양측 여론전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관건은 공개매수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쩐의 전쟁'이다. MBK·영풍측은 3조6000억원을 동원할 것으로 추산된다. 재계에선 고려아연이 이에 대항한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있다. 일단 MBK·영풍이 공개매수가 인상 카드를 썼기 때문에 이젠 고려아연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지 여부가 핵심이다.

고려아연 최 회장측은 MBK·영풍측의 공개매수 종료일인 다음달 4일 까진 상황을 살펴볼 공산이 크다는 게 재계와 시장의 중론이다. 최 회장측이 대항 공개매수 결단을 내리면 공개매수 종료일은 추가로 연장된다. 일각에선 다음달 4일까지 기다렸다가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음 달 4일까지의 주가 추이에 따라 셈법이 달라진다. 주가가 MBK·영풍측의 공개매수가 75만원 밑으로 형성되면 최 회장측은 대항 공개매수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다. 그 반대면 대항 공개매수가 없더라도 MBK·영풍측이 불리해진다.

최 회장측은 물밑에서 대항 공개매수를 가정한 우군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3대 사모펀드인 미국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도 협의중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동안 최 회장측은 소프트뱅크와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고려아연 협력사인 스미토모상사 등과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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