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출연 영화가 흥행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겠지만 그보다 이 배우의 마음에 더 크게 깃든 바람은 작품을 통해 건설적인 대화의 장을 여는 거였다. 설경구는 그런 마음으로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을 택했고, 또 그가 바랐던 것처럼 영화에 존재한다.
“제 영화에 사실 잘 집중을 못 해요. 반응이 어떤지 계속 주변을 신경 쓰느라고요.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처음 봤고 최근 언론시사회에서 2회차 관람을 했어요. 두 번째 봤을 때는 집중이 되더라고요. 섬뜩했어요. 처음 봤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두 번째 볼 때 영화에서 아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비수처럼 꽂혔어요. 잔인하고 섬뜩하게 들렸죠.”
설경구 /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재완이 피해자 가족에게 몰래 돈 봉투를 던지고 올 때 장갑을 껴요. 거기에서 재완의 본성을 잘 보여준 것 같아요. 대본을 봤을 땐 여자들 간의 대화를 재밌게 봤어요. 그런데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제 장면을 보고 많이 웃어주시더라고요. 제가 극중 제수씨의 하소연을 듣고 동생에게 ‘너는 왜 그걸 이해 못 해’라면서 화내는 장면을 찍을 때 현장에서도 배우들이 자꾸 웃어서 NG가 계속 났어요. 장동건도 그 장면을 보면서 빵 터지더라고요.”
이 시각 인기 뉴스
설경구도 현실에서 아버지이기도 하다. 때문에 영화를 찍으면서도 생각이 많았고, 영화가 던지는 주제를 놓고 현장에서 동료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설경구는 “3자 입장이라면 영화처럼 자수라는 훌륭한 답을 낼 것 같다. 하지만 내게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할지 명확하게 답하긴 어렵다”라며 넌지시 “안 겪고 싶다”라고 웃어 보였다.
“영화에서 재완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 것 같아요. 아이들이 아기방에 나눈 대화를 우연히 들은 게 영향을 주긴 했지만 자신을 위한 실리도 따지지 않았을까요. 사실 부모로서 정확한 답은 수현 배우가 맡은 지수의 대사에서 나와요. ‘애들한테는 물어봤어?’라는 말이요. 극 중 부모들이 사고를 친 당사자들에게 묻지 않고 결정하는 모습도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거리라고 생각해요.”
설경구 /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그래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시사회 때 허진호 감독을 불렀어요. 저도 두 작품의 결이 비슷한 거 아닐까라는 고민을 했었는데 준비를 하다 보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인물이 아예 결정을 해놓고 직진했던 작품이라면 ‘보통의 가족’은 인물의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질문거리를 더 많이 던진다고 느꼈어요.”
설경구의 연기 경력은 30년이 넘었다. 오랜 세월 성실함을 바탕으로 ‘연기파’라는 수식어를 얻고 주연으로 다작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에게 연기는 여전히 어려운 존재다. 어렵기에 더 치열하게 고민하며 겹겹의 노력들을 쌓아갔고 그것이 이 배우를 앞으로도 오래 보고 싶게 만들고 있다.
“한 기술을 수십 년 하다 보면 달인이 되는데 연기는 아닌 것 같아요. 할수록 갈 데가 없고 갑갑해져요. 작품 속에서 저의 모습이 겹쳐지는 걸 보면 괴로워요. 그래서 늘 고민은 되지만 어떻게 할 방법은 없어서 더 괴롭죠. 제가 계속 작품마다 살을 뺐다 쪘다 하는 것도 뭐라도 변화를 주기 위해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