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한은이 27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글로벌 공급망으로 본 우리 경제 구조변화와 정책대응'에 따르면 최근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국가간 블록 내 교역이 늘어나는 형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 블록간 교역은 가교국을 통한 간접교역 형태로 변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출연계생산은 2000년대 큰 폭 성장했다가 2010년대 들어 증가세가 완만해지고 있다. 수출연계생산은 최종 생산에 쓰일 목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중간재 생산을 포함한 개념이다.
한은은 미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간재 상품보다 중간재 서비스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중간재 서비스 교역 비중이 늘고 기술혁신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가 낮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아랑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장은 "공급망 변화 속도는 지정학적 갈등 전개와 기후변화 대응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단기적으로 심화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적 협력 관계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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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이같은 미래 공급망 변화와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첨단제조업의 기술 우위 유지와 수입 공급망 강화에 중점을 두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비스 수출 확대 전략은 제조업 내재 서비스와 디지털 서비스 등 투트랙(two-track)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했다. 수출품에 투입되는 서비스를 늘리는 한편 내수에 국한됐던 의료·교육 등 서비스를 디지털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기후변화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에 따른 글로벌 규제 변화에 대비해 저탄소 기술 도입과 에너지 효율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이 추진할 과제도 제시했다.
이 팀장은 "반도체 산업에서는 초격차 기술 선점을 국제 R&D(연구·개발) 협력체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배터리·전기차 산업에서는 수입선 다변화와 핵심광물 비축을 다방면으로 강화하고 ESG 기준에 맞춰 수입국 리스크를 사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제조업과 서비스업, 내수와 수출의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에서 업종별 구분에 근거한 규제는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