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채널 돌리자 목 졸라…폭력 남편, 자녀 앞에서도 손찌검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4.09.2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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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정하다고 생각했던 남편이 결혼 이후 돌변해 초등학생 딸 앞에서 자신을 때린다는 한 아내 사연이 전해졌다.

2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남편의 폭력 때문에 이혼을 고려 중이라는 결혼 15년 차인 여성 A씨는 고민이 소개됐다.

A씨는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때 당시 복학생이던 남편을 처음 만났다. 연인이 된 두 사람은 착실하게 취업을 준비해 대기업에 입사했다.



남편은 매일 퇴근하고 A씨의 회사에 찾아와 집까지 데려다줬다. A씨가 "힘들 텐데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렸으나 남편은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 "가방 이리 줘. 이런 건 힘센 남자가 해야지", "여자는 보호받으면 되는 거야"라고 했다고 한다.

남편은 연애 3년간 단 하루도 A씨 혼자 집에 가게 두지 않았다. 그는 "내 그늘에서 공주님처럼 지내"라며 지나칠 정도로 A씨를 아꼈다.



A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상주 노릇을 도맡아 해준 남편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다. 그런데 듬직하게 느껴졌던 남편 모습이 결혼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남편은 퇴근하고 집에 온 A씨에게 "남자가 어떻게 주방일을 하냐"며 저녁 식사를 차려달라고 요구했다. A씨가 여동생과 제주도 여행을 간다고 하자 "여자는 아무 데서나 자면 안 된다"고 막기도 했다.

딸이 태어난 뒤 남편의 강압적 태도는 더욱 심해졌다. A씨가 모유량이 부족해 모유 수유를 끊기로 하자 남편은 정색하며 반대했다. 설득하려는 A씨에게 "어디 여자가 남편 말에 토를 다냐. 내 말 듣고 잘 안된 일이 있었냐"고 윽박질렀다고 한다.


A씨는 딸의 어린이집부터 이사 문제까지 남편 결정에 따라야 했다. 남편은 맞벌이하는 A씨에게 모든 집안일을 맡기면서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을 하는 거다. 회사도 그만두라 하고 싶은데 꾹 참는 것"이라고 했다.

남편은 손찌검까지 했다. A씨가 자신의 요구를 거절하면 "남편한테 '싫다'는 말을 두 번이나 하냐"며 등을 때렸다. 집에서 회사 일을 하는 A씨에게 "남편 혼자 밥을 먹게 두냐"며 컴퓨터를 끄고 이마를 쥐어박기도 했다. 옆에 있던 딸은 A씨가 맞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다고 한다.



A씨는 "갈수록 남편의 폭력이 심해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TV 채널을 제 마음대로 돌렸다고 목을 조르기까지 했다"며 "딸에게 험한 꼴을 보여줄까 봐 무섭다. 증거는 모으지 못했다. 관계를 정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조언을 구했다.

조인섭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증거가 없다면 형사고소를 해도 처벌될 가능성이 작다"며 "남편이 다시 폭행할 때 경찰에 신고하거나 동영상을 촬영하고 상황을 녹음해 증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폭행 피해와 관련해 지인들과 대화한 내용이 있거나 지인들 진술을 확보한다면 남편의 폭행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 폭행은 공소시효가 5년이다. 5년 이내의 폭행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A씨 남편이 초등학생 딸 앞에서 A씨를 폭행하는 것은 아동학대라며 "정서적 학대 행위에는 가정폭력에 아동을 노출하는 행위로 인한 경우가 포함된다. A씨 남편은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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