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잠재운 반도체…"AI 폭풍성장에 부족 사태 가능성"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4.09.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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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컴퍼니 보고서
3년간 시장 年40~55% 성장…2027년 1조弗 육박
GPU 수요 급증 예상 수급균형 깨져 칩 모자랄 수도
마이크론 호실적에 시간외 거래서 주가 15%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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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간스탠리가 '반도체 겨울론'을 꺼낸 뒤 국내 반도체 종목 주가가 휘청거린 가운데, 미국에서는 반도체 시장 전망을 밝히는 소식이 잇따라 나왔다. 한 보고서에서는 AI(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춘 반도체 및 관련 기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했다.

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는 25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AI와 관련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도달 가능한 시장이 적어도 향후 3년간 매년 40~55%씩 성장해 2027년에는 7800억~99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AI 훈련과 추론에 쓰이는 GPU(그래픽 처리장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GPU 시장이, 지난해 엔비디아의 현재 주력 GPU인 H100 150만개 수준에서 2026년에는 차세대 주력 GPU인 GB200 300만개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인&컴퍼니는 GPU와 AI가 가능한 소비가전에 대한 수요 증가가 반도체 부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베인의 미주 지역 기술 실무팀장인 앤 호커는 CNBC와 인터뷰에서 "GPU에 대한 수요 급증이 반도체 가치 사슬(밸류 체인)의 특정 요소에서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며 "GPU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AI가 가능한 기기로의 교체 주기가 가속화하면 반도체 공급에서 더 광범위한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AI 가능 기기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신호는 없다.

전세계 PC 및 스마트폰 출하량 추이/그래픽=윤선정전세계 PC 및 스마트폰 출하량 추이/그래픽=윤선정
베인은 "반도체 공급망이 복잡하기 때문에 약 20% 이상의 수요 증가는 수급 균형을 깨뜨려 칩 부족 사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대규모 최종 시장들의 합류 지점에서 AI 수요 폭발은 쉽게 임계치를 뛰어넘어 공급망 전체에 취약한 접점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정학적 요인도 반도체 부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은 수출 규제 등을 통해 최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고 있다. 베인은 "지정학적 긴장, 무역 제한, 다국적 기술기업의 중국 공급망 분리는 반도체 공급에 심각한 리스크가 된다"며 "반도체 공장 설립 지연과 소재 부족, 기타 예측 불가능한 요인들이 (반도체 공급에) 병목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뉴욕증시 정규 장 마감 후에는 D램 반도체회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인상적인 실적을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2024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이 77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3.3%, 전기 대비 13.8% 증가했다고 밝혔다. 결과는 애널리스트 전망치(76억5000만달러)도 웃돈다. 순이익은 8억8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4억3000만달러의 순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업체는 다음 분기(올 9~11월, 2025회계연도 1분기) 매출액 가이던스로 85억~89억달러를 제시했는데, 이는 팩트셋이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전망치(83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다. 전년 동기 매출액(47억3000만달러)에 비해선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관련 보도자료에서 "AI 수요가 우리의 데이터센터 D램과 우리가 선도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을 강력하게 이끌었다"면서 "2025회계연도에는 상당한 매출액 기록과 크게 개선된 수익성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호실적에 이날 마이크론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15%가량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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