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의 한 칼국수집에서 김장용 배추를 손질하고 있다/사진=오석진 기자
26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인근 식당가. 김치를 만들기 위해 배추를 다듬던 A씨가 이렇게 말했다. 칼국숫집을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A씨는 '김치플레이션'(김치+인플레이션)을 실감한다고 했다. 이날 장사를 위해 A씨는 배추 3포기를 9만원에 샀다고 했다.
A씨는 "배추가 굉장히 비싸다"며 "중국산 김치는 맛이 달라서 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칼국숫집은 김치가 중요하다. 손님들이 김치 맛에 민감하다"며 "특히 주부 손님들은 중국산 김치를 귀신같이 알아챈다"고 했다.
B씨는 "보쌈집은 김치가 생명"이라며 "가격이 비싸져도 김치양은 줄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김장철 직전 배추가 원래 비싸긴 해도 이런 가격은 처음 본다"고 했다.
29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식당 거리에 있는 요식업자들은 '김치가 비싸도 줄일 수가 없다'고 했다. /사진=오석진 기자
식당을 찾은 50대 김모씨는 "배춧값이 비싼 건 알고 있다"며 "물가가 너무 올랐다. '김치 먹기 힘든 세상까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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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와 고기를 주메뉴로 삼는 식당 주인 D씨는 "김치를 줄일 수 없다. 한국에서 김치를 반찬으로 안 내놓는 식당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쌓아놓은 배추를 가리키며 "조금 있으면 저것도 동난다"며 "또 사러 가야 하는데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38년째 한 자리에서 아귀찜을 하는 50대 E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중국산 김치'를 샀다고 했다. 그는 "1만6000원 하는 중국산 김치를 하나 사 봤는데 맛이 좀 달랐다"며 "중국산 김치를 쓰니 손님들이 (김치를) 많이 남긴다"고 했다.
중국산 배추 대량 공급…식당 사장님들 '글쎄'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26일 대구의 한 회사 구내식당 자율배식대에 배춧값 폭등에 따른 김치 절약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9.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올여름 폭염이 국내 배춧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주 생산지인 강원 지역 기온이 높았기 때문이다. 배추는 생육 적정온도가 18~20도 수준인 대표적인 저온성 채소다.
손재호 태백 고랭지배추 공선출하회장은 "배추가 보통 여름 최고기온이 25도 정도로 선선해야 재배가 잘 된다"며 "이번에는 30도 넘는 날이 많았기에 재배가 어려웠다. 체감상 평년 대비 수확량이 70% 정도 감소한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중국산 배추 등을 수입해 국내 도매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27일 중국산 배추 16톤이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요식업자들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B씨는 "우리는 늘 국산 배추를 쓰는데 (중국산과) 맛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E씨도 "중국산 배추는 맛이 없다"며 "중국산 배추를 사서 우리가 직접 담그면 시판 중국산 김치보다는 낫겠지만 그래도 별로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