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범죄자 박제될라"…증거 지우려 가해자 부모가 찾아간 이들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4.10.0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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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타인의 과거=돈' 디지털 장의사의 세계① 피해자보다 가해자가 주된 고객

편집자주 온라인 세상에서 '잊힐 권리'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종을 만들어냈다. 디지털 장의사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들이 남긴 온라인상 흔적을 지워주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일한다.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 삭제에서부터 범죄 등 부끄러운 과거를 지우려는 사람들이 핵심 고객이 됐다.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의 많았죠. 대부분 자녀를 둔 부모였어요."
"딥페이크 논란 초기에는 문의하는 사람 70%가 피해자였는데, 최근에는 가해자가 70%였습니다."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조작 기술) 불법 합성물(성 착취물)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온라인에 퍼진 글과 사진을 삭제해주는 '디지털 장의사' 수요가 늘었다. 디지털 장의사는 언론 기사나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찾아다니며 의뢰인 관련 흔적을 지우는 사람들이다.



딥페이크 관련 디지털 장의사를 찾는 이들은 피해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 행적을 지워달라는 가해자들도 이들을 찾는다.

30일 디지털 장의사 업체 관계자는 "최근 언론 보도가 늘면서 문의나 의뢰가 이전과 비교했을 때 20~30% 정도 많다"며 "초반에는 피해자 문의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해자들이 더 찾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이전에는 일주일에 1~2건 정도 작업을 했지만 요즘 30건까지 몰린 날도 있다"며 "과거에도 가해자가 의뢰하는 경우가 드문드문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특징은 문의 가해자 대부분이 10대 내지 그들의 부모인 점이다. 업체 관계자는 "문의 고객 중 큰 비중이 부모였다"며 "자기 자녀가 범죄자로 영원히 박제되지 않을까 걱정돼 연락이 온 것이었다"고 했다.

딥페이크 관련 검거된 인원 중 10대가 압도적이다. 경찰청은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25일까지 텔레그램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 사건 관련 피의자 387명을 특정해 검거했다. 이 중 10대는 324명(83.72%)이었다. 5명 중 4명꼴이다.


또 10대 피의자 가운데 66명은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었다. 다음으로 △20대 50명 △30대 9명 △40대 2명 △50대 이상 2명 순으로 집계됐다.

일거리가 는다고 반갑지만은 않다. 무작정 의뢰받았다간 증거인멸 혐의를 받을 수 있어서다. 그 때문에 업체들은 의뢰자의 경찰 조사 현황이나 현재 상황, 피해자와 합의 여부 등을 확인 후 작업을 할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한다. 일부는 수사 상황을 속이면서까지 삭제를 요구하기도 한다.



또 다른 디지털 장의사는 "최근 삭제를 진행하고 난 후에야 의뢰인이 가해자인 걸 알게 됐다"며 "재판부에 '너무 후회스럽다'고 탄원서를 내고 참고인으로 법정에 출석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경찰청은 텔레그램 기반 딥페이크 성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지난달 28일부터 내년 3월31일까지 7개월간 특별 단속 기간을 정해 집중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경찰은 텔레그램 운영진 등을 상대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방조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를 벌이고 있다. 구체적인 혐의와 범죄 사실이 특정되면 입건으로 전환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25일에는 딥페이크 성 착취물인 줄 알면서도 이를 소지하거나 시청할 경우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이 법안은 딥페이크 성 착취물 영상물의 소지·구입·저장·시청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유포 목적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제작자를 처벌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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