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 왜 빠졌지?" 증권가 '갸우뚱'…밸류업 지수 성공하려면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홍재영 기자 2024.09.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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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밸류업, 코스닥을 잡아라(下)

편집자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코스닥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밸류업 세제혜택은 코스닥 기업들의 가업상속에 큰 메리트가 될 수 있다. 밸류업 지수에 코스닥 기업이 다수 편입돼야 기존 지수와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 거란 거란 목소리도 나온다. 밸류업과 코스닥은 서로의 돋움판이 될 수 있을까.

잘하는 기업말고, 잘할 기업을…밸류업 지수도 코스닥이 관건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김근수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김근수


한국거래소가 24일 밸류업지수 편입종목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주주환원을 통해 이미 밸류업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는 종목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밸류업을 잘할 가능성이 있는 종목, 특히 코스닥 기업들을 추려내는 것도 방법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발표된 밸류업 지수는 코스닥 대표주로 구성된 코스닥150지수와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 코스피밸류업 편입종목보다 높은 일치율…증권가 예상과는 달랐다



"이 회사 왜 빠졌지?" 증권가 '갸우뚱'…밸류업 지수 성공하려면
25일 증권가에 따르면 전날 거래소가 발표한 KRX(한국거래소)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서 코스닥 종목 33개가 선정됐다. 해당 종목은 코스닥150지수와 완전히 겹친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코스피종목 55개 가운데 82%가 코스피200지수에 포함된 것과 비교해 높은 일치율이다.

밸류업지수 내 코스닥 종목은 산업군별로 △정보기술 13개 종목(HPSP (31,650원 ▼400 -1.25%)·리노공업 (199,000원 ▼2,000 -1.00%)·주성엔지니어링 (27,050원 ▲200 +0.74%)·티씨케이 (93,500원 ▼1,900 -1.99%)·파크시스템스 (197,100원 ▲2,100 +1.08%)·심텍 (19,620원 ▲30 +0.15%)·하나머티리얼즈 (32,800원 ▼550 -1.65%)·두산테스나 (30,250원 ▼550 -1.79%)·원익QnC (25,850원 ▼450 -1.71%)·넥스틴 (51,300원 0.00%)·이녹스첨단소재 (27,350원 ▼900 -3.19%)·피에스케이 (23,100원 ▼800 -3.35%)·코미코 (58,500원 ▼1,500 -2.50%)) △산업재 3개 종목(에스에프에이 (26,600원 ▼150 -0.56%)·에코프로에이치엔 (56,100원 ▲1,900 +3.51%)·윤성에프앤씨 (61,000원 ▲1,100 +1.84%)) △헬스케어 7개 종목(클래시스 (56,000원 ▲1,700 +3.13%)·케어젠 (19,240원 ▼110 -0.57%)·메디톡스 (187,400원 ▼9,600 -4.87%)·파마리서치 (192,500원 ▼3,600 -1.84%)·씨젠 (25,750원 ▼300 -1.15%)·동국제약 (16,990원 ▼240 -1.39%)·엘앤씨바이오 (19,850원 ▲400 +2.06%)) △자유소비재 2개 종목(메가스터디교육 (44,400원 ▼50 -0.11%)·골프존 (70,000원 ▲400 +0.57%)) △금융·부동산 1개 종목(다우데이타 (11,770원 ▼30 -0.25%)) △소재 3개 종목(솔브레인 (226,000원 ▼4,500 -1.95%)·동진쎄미켐 (29,700원 0.00%)·나노신소재 (94,900원 ▲100 +0.11%)) △필수소비재 1개 종목(콜마비앤에이치 (15,320원 ▼120 -0.78%)) △커뮤니케이션서비스 3개 종목(JYP Ent. (51,000원 ▲1,200 +2.41%)·에스엠 (67,800원 ▲1,700 +2.57%)·SOOP (102,000원 ▼3,800 -3.59%))로 구성됐다.



증권가의 당초 예상보다도 기존 코스닥150지수와 일치율이 높았다. 예컨대 KB증권의 경우 코스닥 종목 후보군으로 36개 예상종목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21개 종목은 코스닥150지수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반면 거래소는 PBR(주가순자산비율)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중점적으로 살피면서 일본의 JPX 프라임150 밸류업 지수를 벤치마크했다. 여기에 대표성과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증권업계의 예측과 다른 포트폴리오가 나왔다.

◆ JPX프라임150 교훈도 살펴야…정기변경일 매해 6월


시장에선 JPX프라임 150밸류업 지수의 부진에도 주목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JPX프라임 150밸류업지수는 일본증시 벤치마크(대표지수)인 닛케이225와 비교해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심지어 글로벌자산시장에서 '만물 랠리'가 펼쳐진 올해 상반기에는 JPX프라임 150 밸류업지수가 닛케이225의 수익률을 밑돌았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과거에 실질적으로 경영을 잘했던 기업들을 추린 JPX프라임150지수가 벤치마크보다 차별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밸류업지수는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중에 과거보다 앞으로 잘할 기업을 선정하는 게 맞는데 그러기에는 거래소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 38곳은 공시 직전 거래일부터 13일까지 평균 7.5% 올랐다. 이 가운데 코스닥상장사인 에스트래픽 (4,920원 ▼270 -5.20%)은 5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가총액이란 정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밸류업지수에 낙마했다.

코리아밸류업지수의 정기변경일은 매해 6월 선물만기일 다음 거래일이다 .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종목수 기준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편입 비중은 7대3 정도인데, 유동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코스피에 좀 더 기울 것"이라고 말했다. 밸류업지수 편입 종목의 흥행을 위한 여건에 대해선 " 지수 선물, ETF(상장지수펀드)가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ETF 경우 밸류업 개별 종목에 세제혜택이 적용돼도, 이들을 구성하는 ETF 분배금에는 세제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 추가 세제혜택이 뒷받침할 때 밸류업 ETF도 추진력 받을 것"이라고 했다.

밸류업 참여 망설이는 기업·투자자…세제 혜택주면 나온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와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수 발표 전까지 밸류업 본공시를 낸 기업들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면서 밸류업 지수는 불안한 출발을 하게 됐다. 기업들의 공시는 4분기에 몰릴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때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려면 세제혜택 등 당근책이 분명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불확실성 속 밸류업 지수 출발…공시 기업 늘어나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사옥 출입기자실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종목 및 선정기준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한국거래소 제공)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사옥 출입기자실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종목 및 선정기준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한국거래소 제공)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5일 한국거래소 기업밸류업 통합페이지에 따르면 코리아밸류업 지수 발표 전날까지 밸류업 본공시를 낸 상장사는 13개(코스피 10개, 코스닥 3개)사다. 밸류업 예고 공시를 낸 기업들까지 합하면 그 수가 더 늘어나긴 하지만 상장사들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는 아직 미미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금융투자업계 평가다.

전날 한국거래소는 장마감 이후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다. 거래소 판단 기준에 따라 기업가치가 우수하거나 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적극적인 기업들이 지수에 담겼다. 앞서 금투업계에서는 밸류업 본 공시를 낸 기업들이 지수 구성 종목에 적극 포함될 것으로 본 바 있는데 아직 공시가 활성화 되지 않으면서 전체 종목 중 그 비중은 크지 않게 됐다.



밸류업 정책이 장기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 정책인 만큼 단기적인 공시 참여율로 일희일비 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밸류업 예고 공시를 낸 기업들 대부분이 올 4분기 본 공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올해 실적과 내년 예산 등이 구체화 되는 4분기쯤이 돼야 구체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4분기 밸류업 공시 활성화 여부는 연말 밸류업 정책 분위기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11월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가 출시되는데, 이에 맞춰 밸류업 공시도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의 주주환원 촉진세제(법인세, 금융소득 과세)가 예정대로 시행되는지도 봐야한다.

"밸류업 세제는 통과 가능성 높다" 긍정적 시각 나와



2024년 세법 개정안에 포함된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 내용/그래픽=윤선정2024년 세법 개정안에 포함된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 내용/그래픽=윤선정
사업연도 종료일까지 가치제고 계획을 공시한 상장기업 중 직전 3년 평균 대비 주주환원(배당+자사주 소각) 증가금액이 5%를 초과한 기업이 촉진세 대상이다. 주주환원 금액을 늘린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에게도 금융소득 과세혜택이 예고돼 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패는 결국 기업,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도가 좌우할 전망"이라며 "세제 인센티브와 금투세 폐지 등 법 개정안은 투자자 참여도 개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정책과 관련된 세제 혜택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나 금융투자소득세 등과 비교해 정치적인 주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조세특례제한법 특성상 다른 감세법안과 묶어 논의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쉽게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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