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부부의 '초호화 결혼식'…제약사가 '웨딩플래너'였다

머니투데이 세종=오세중 기자 2024.09.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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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명품 예물비 등 수천만원 지급
국세청, 의약품·건설·보험업계 세무조사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의약품 업체 A사는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 주는 대가로 병원 원장 부부의 고급웨딩홀 예식비, 호화 신혼여행비, 명품 예물비 수천만원을 대신 지급했다. 또 다른 의약품 업체 B사도 영업대행사를 설립하고 허위 용역계약이나 급여 인출 후 현금을 주거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국세청은 불법 리베이트 수수 행태가 만연한 의약품 및 건설·보험중개 등 3개 분야를 대상으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25일 발표했다. 리베이트(뇌물적 성격을 띤 부당고객유인 거래) 관련 세무조사 대상은 △건설 업체 17개 △의약품 업체 16개 △보험중개 업체 14개 등 총 47개 업체였다.



국세청은 오랫동안 유지돼 온 산업계의 리베이트 수수 행태가 공정 경쟁을 훼손하고 대다수 국민이 누려야 할 혜택을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으로만 집중시켜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민수 국세청장은 취임 이후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불합리한 관행에 주목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국세청의 역할을 강조했었다.

리베이트는 아파트 부실시공, 의약품 오남용 등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보험 등 다른 분야로 확산되는 등 수법도 진화하고 있어 더욱 강력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의료인의 호화 결혼 비용을 대납하고 고급가구?대형가전을 배송하는 등의 방식으로 리베이트 제공한 의약품 업체./이미지=국세청 제공의료인의 호화 결혼 비용을 대납하고 고급가구?대형가전을 배송하는 등의 방식으로 리베이트 제공한 의약품 업체./이미지=국세청 제공
특히 국세청은 의약품 처방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의료인에게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약품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적발된 영업 담당자들이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 이름을 털어놓기보다 이들의 세금까지 본인들이 부담하겠다며 하소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관련해 국세청은 의약품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세무조사가 최근 의대 정원 증원 관련 정부와 의사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과는 일절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금융추적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으면서도 납세의무를 회피한 최종귀속자를 찾아 소득세 등 정당한 세금을 과세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조세포탈,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등 조세범칙 행위 적발 시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검찰에 고발해 형사처벌 받을 수 있도록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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