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변곡점 앞두고 영풍·MBK 3000억 추가조달…'쩐의 전쟁' 진입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4.09.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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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가 추이/그래픽=최헌정고려아연 주가 추이/그래픽=최헌정


영풍이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추진 중인 MBK에 3000억원을 지원한다. MBK·영풍 연합이 공개매수 가격 상향 여부에 관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에 나온 자금 지원 결정이다. 가격 상향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명분싸움'을 치열하게 전개한 MBK·영풍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갈등이 이제 '쩐의 전쟁' 단계로 진입한다.

영풍은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에 3000억 원을 대여한다고 25일 밝혔다. 대여 기간은 2025년 9월까지다. 영풍측은 "공개매수 결제자금 조달과 기타 투자활동을 위한 자금 대여"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MBK·영풍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할 26일을 앞두고 내려졌다. 업계와 시장에선 26일을 이번 양측 분쟁의 1차 변곡점으로 본다.



MBK·영풍의 공개매수 선언 후 고려아연 주가는 약 27% 급등했다. 현재 고려아연 주가는 MBK·영풍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66만원보다도 6.7% 높다.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은 가운데 공개매수가 종료되는 다음 달 4일이 도래하면 MBK·영풍의 고려아연에 대한 공세는 실패로 그칠 가능성이 커진다.

MBK·영풍으로선 오는 26일까지 어떤 식으로든 가격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26일까지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정해야 자본시장법에 의거해 기존 계획대로 다음 달 4일까지 공개매수를 종료할 수 있어서다. 26일을 넘겨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하게 되면 다음 달 4일까지인 공개매수 종료 시점을 추가로 연장해야 한다.



26일을 앞두고 '실탄충전' 결정이 내려진 만큼 MBK·영풍은 26일 공개매수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고려아연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더라도 공개매수가 성공할 가능성은 올라가게 된다. 최 회장 측의 대항 공개매수 의지를 꺾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가격을 올려 공개매수에 성공한다 해도 '승자의 저주'를 염두에 둬야 한다. 통상 공개매수 종료 후 대상 기업의 주가는 하락하는데, 낙폭이 클 수록 공개매수에 성공한 쪽이 보게 될 이익의 폭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단 MBK측은 "결정된 바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 가격 인상 없이 그대로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방안도 MBK·영풍 측 고려사항이다. MBK·영풍측은 현재 공개매수가격인 66만원도 고려아연 지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기관투자자들의 평균 매수 단가보다 50%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수준의 가격에서 진행해도 해 볼만하다고 판단할 근거다. 공개매수 기간을 연장하고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것도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이 대응할 시간이 함께 늘어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MBK·영풍이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최 회장측 셈법도 달라진다. 공개매수 가격이 올라가면 최 회장측이 동원해야 할 실탄의 규모도 커져야 한다. 실탄의 풀을 늘리기 위해 지금도 국내외를 넘나들며 '우군확보' 작업을 진행중인 최윤범 회장측의 보폭도 더 커져야 한다. 고려아연은 앞서 기업어음 발행으로 2000억원을 조달한데 이어 다음 주 같은 방법으로 2000억원을 추가 조달할 예정이다. 운영자금 조달일 가능성이 높지만 경영권 방어를 염두에 둔 대응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편 양측은 이날도 명분 싸움을 이어갔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과 노진수 전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사모펀드, 미국 전자폐기물 처리업체 투자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 등이 근거다. 고려아연은 정부에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국가 핵심기술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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