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4년만에 태평양 향해 '항모천적' 핵미사일 발사훈련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09.2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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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로켓군 연례훈련, 그 어떤 국가도 겨냥 안해"…
전문가들 "특정국가의 중국 대상 핵 강압 억제 가능"

중국 인민해방군 열병식에 등장했던 둥펑-41 ICBM./사진=바이두 중국 인민해방군 열병식에 등장했던 둥펑-41 ICBM./사진=바이두


중국이 태평양 공해상을 향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로켓군'의 연례 훈련이라는 입장이지만, 중국이 ICBM 훈련을 공해상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한 건 지난 1980년 이후 무려 44년 만에 처음이다. 동북아 전역에 긴장감이 고조된다.

중국 국방부와 관영 CCTV(중앙TV) 등은 "로켓군이 이날 오전 8시 44분 태평양 공해 관련 해역을 향해 모의 탄두를 장착한 ICBM 한 발을 발사했고, 지정 해역에 정확히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번 훈련은 국제법과 관례에 부합하며, 그 어떤 국가나 목표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CCTV는 "이번 미사일 발사는 로켓군의 연례 계획에 따라 실시된 것이며, 무기장비의 성능과 부대의 훈련 수준을 효과적으로 검증, 예상했던 목표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은 사전에 관련국에 미사일 발사 관련 통보를 실시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는 이번 훈련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여파는 크다. 여러개의 핵탄두를 동시에 실을 수 있는 ICBM은 비대칭전력의 핵심이다. 그리고 중국이 공해상에서 공식적으로 ICBM의 대기권 테스트를 수행한 것은 지난 1980년 5월 중국의 첫 ICMB인 둥펑-5(DF-5) 발사 이후 무려 44년 만이다.



중국 정부는 이날 발사한 ICBM의 공식 명칭이나 제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주요 매체들은 지난 2017년 처음 중국군에 배치된 최신 ICBM인 둥펑-41(DF-41)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는 작전범위가 1만2000~1만5000km에 달해 중국에서 미국 본토에 도달 가능한 미사일이다.

동아시아 미사일 긴장감은 최근 국가를 가리지 않고 고조되고 있다. 이달 초 북한이 동해를 향해 수차례 단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을 실시했고, 미국 육군은 필리핀과 지난 4월 합동 훈련에서 MRC(중거리 미사일) 시스템 훈련을 실시했다. 동아시아 지역은 아니지만 미국은 지난 6월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기지에서 ICBM인 미니트맨3를 하루 두 차례 시험발사하기도 했다.

역시 주인공은 북한이다. 북한은 지난해 7월 12일 화성-18 ICBM을 시험발사했는데 74분간에 걸쳐 최대고도 6000km에 도달, 약 1000km 거리를 비행한 뒤 동해 해역에 떨어졌다. 북한이 개발 중인 고체연료 추진 시스템을 장착, 기존 액체연료 미사일에 비해 발사 준비 시간이 짧고 탐지가 어렵다.


[서울=뉴시스] 조선중앙TV가 지난 18일 발사된 신형 ICBM 화성-18형 발사 장면을 19일 보도했다. 이날 발사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씨, 딸 주애 양이 동행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3.12.19. [서울=뉴시스] 조선중앙TV가 지난 18일 발사된 신형 ICBM 화성-18형 발사 장면을 19일 보도했다. 이날 발사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씨, 딸 주애 양이 동행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3.12.19.
여기에 중국까지 화력과시에 나서면서 동북아 긴장감은 대폭 고조될 전망이다. 중국의 둥펑-41 역시 고체연료 기반 ICBM이다. 중국 측 주장에 따르면 여러개의 핵탄두를 동시에 실은 후 각각 다른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 중국 내에선 특히 사거리와 정확도 면에서 둥펑-41이 해상에서 움직이는 복수 표적을 동시 공격하는데 적합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항모전단에 대한 타격이 가능하다는 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22년 공산당 당대회 연설에서 "강력한 전략적 억지력 체제를 구축할 것"을 지시했는데, 이는 ICBM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핵폭격기 등 3축 전략 강화를 의미한다. 실제로 중국은 스웨덴 싱크탱크 SIPRI의 '2024 연감'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핵탄두 500개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지난해 1월 410개에 비해 90개나 많아졌다.



또 지난해 10월 발간된 펜타곤의 '중국 군사 및 안보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을 기준으로 둥펑-31과 둥펑-41을 포함해 총 350여기의 ICBM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3곳의 고체추진체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군사평론가 송중핑은 홍콩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로켓군의 이번 훈련은 태평양 특정 지역을 목표로 미사일의 전체 궤적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며 "무기체계에 대한 철저한 평가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능력은 특정 국가가 중국에 대해 핵 강압을 시도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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