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다녀간 병원 소아과 의사 "오픈런 막으려면 아동병원 늘려야"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09.25 17:16
글자크기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이 25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소아과 오픈런의 진실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이 25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소아과 오픈런의 진실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지금으로선 소아과 오픈런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아진료 전문으로 하는 2차 병원(아동병원)을 지금보다 늘리되, 보호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굳이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가려내야 합니다."(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25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진행한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소아과 의사의 눈으로 바라본 오픈런의 진실'에 대해 주제발표하며 이같이 언급했다.



정성관 이사장은 아동병원(소아청소년과 2차 병원)을 위주로 '소아과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는 데 대해 "자녀를 여러 명이 아닌, 단 한 명만 둔 가정이 많은데, 그만큼 아이가 귀하니 조금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움직인다. 집에서 좀 더 멀더라도 동네 의원(1차 의료기관)보다 전문진료를 받을 수 있는 아동병원(2차 의료기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봤다.

실제로 지난해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아과 방문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응답자의 55%가 '의료진의 전문성'을 꼽았다. 거주지와의 접근성(20%), 친절한 서비스(11.5%), 짧은 대기 시간(8.5%), 깨끗한 진료 환경(5%)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



진료받기 위해 1~2시간(19%), 2시간 이상(7%) 오래 기다리는 경우도 적잖았다. 정 이사장은 "1시간 이상 기다리는 곳이라면 이른바 '일타 소아과'라고도 불리는 인기 있는 아동병원이라고 봐야 한다"며 "의료진의 전문성이 강화된 아동병원이라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해도 찾아온다는 이 설문조사의 결과는 소아과 오픈런이 왜 발생하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서울 성북구 성북 우리아이들병원 외래병동을 찾아 진료를 기다리는 어린이 환자 및 보호자와 인사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9.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조수정[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서울 성북구 성북 우리아이들병원 외래병동을 찾아 진료를 기다리는 어린이 환자 및 보호자와 인사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9.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조수정
그는 소아과 오픈런의 해결책으로 권역별 네트워크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제주도 환자는 제주도에서, 전라도 환자는 전라도에서 치료하는 게 맞다. 환자가 속한 권역 안에서 해결하는 게 맞다"며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소아 환자가 의원부터 병원까지 적절한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끔 지역 내 협력체계를 만들면 각 병원에서도 로딩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중등증 이상의 소아 환자가 발생하면 질환 특성에 따라 지역 내 전문병원 등에 연계하는 방식인데,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의 과부하를 막고, 환자도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모든 대학병원에서 소아 응급실을 반드시 운영할 게 아니라 응급실은 권역별 몇 곳만 갖추고, 어느 병원은 소아 심장을, 어느 병원은 소아 내분비를 전문으로 진료해 환자를 적재적소에 분산시키자는 것이다. 권역 안에서 경증 환자를 보는 의원부터 수술을 맡는 병원까지 협력하게 해 소아 환자 진료 시 빈틈없는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또 오픈런을 줄이기 위해 2차 병원을 늘려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현재 소아청소년과 2차 병원은 '아동병원'으로 분류돼있는데, 전국 117곳이 운영된다. 대한아동병원협회 내부에선 40곳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동병원에 대한 정부 지원이 현실적으로 체감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정 이사장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아동병원으로 환자를 떠밀듯 보내는 경우가 증가했는데, 이런 환자까지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휴일진료 인건비가 30~40% 올랐는데 정부는 아동병원에 수가를 10%만 올려줬다. 의료현장에서 체감할 수준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보호자에 대한 기초 의학 정보를 SNS 등을 통해 교육하면 병원에 꼭 오지 않아도 될 환자를 집안에서 자체적으로 걸러낼 수 있다고도 그는 주장했다. 예컨대 병원에 오는 열경련 환자의 80%는 꼭 아침 일찍 병원에 와 오래 기다려야 할 필요 없는 수준인데, 이런 처치를 부모가 집안에서 아이에게 실시할 수 있게 교육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이사장은 "아이가 기침할 때 미국은 꿀물부터 타 주지만, 우리는 병원부터 데려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부모에 대한 교육은 불필요한 내원을 줄여 오픈런을 막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편 우리아이들의료재단은 서울 구로·성북에서 각각 아동병원(우리아이들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117개 아동병원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전국 유일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이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소아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해 성북우리아이들병원을 찾아 30분가량 둘러봤다. 정 이사장은 "입원실에서 수액을 달고 있는 아이들, 열을 내리기 위해 열패치를 붙인 아이들, 입원한 어린이 한 명을 치료하는 데 의료진 3~4명이 투입된 현장을 윤 대통령께 보여드렸다"며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