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귀여운 아재' 차승원-유해진의 10년 케미, '삼시세끼 라이트'

머니투데이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9.2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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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귀환이지만 어제 본 것 같은 정겨움 한가득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차승원과 유해진, 유해진과 차승원은 각각의 작품에서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는 배우다. 그럼에도 나란히 쓰인 두 사람의 이름이 어색하지 않다면, 아니 오히려 반갑다면, 이들이 함께한 예능 프로그램을 사랑하는 시청자임이 틀림없다.

나란한 두 배우의 이름이 시청자의 눈에 익숙해진 때를 되짚으려면 2015년으로 거슬러 가야 한다. 서울에서 무려 14시간 떨어진 섬에서 촬영이 진행된 tvN ‘삼시세끼-어촌편’을 통해 차갑고 매서운 바닷바람 앞에서도 끈끈했던 차승원 유해진의 케미가 공개됐던 그때 말이다.



‘삼시세끼-정선편’이 끝난지 한 달여 만에 공개되는 ‘삼시세끼-어촌편’이라니. 배경만 산촌에서 어촌으로 바뀌었을 뿐, 배우를 호스트로 하는 자급자족 관찰 예능이라는 점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였다.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선 ‘얼마나 다른 재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재치와 센스있는 차승원과 구수한 입담의 소유자 유해진의 만남에 일말의 기대를 품었던 걸로 기억할 뿐이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다만 그 ‘조금의 기대’가 상상 이상의 효과로 다가왔다. 동갑내기 두 배우는 평소 생활과는 확연히 다를, 자연과 맞닿은 환경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자급자족 생활’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완성하기 위해 매 순간 힘을 합쳤다.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크고 어려운, 오히려 그래서 쉬운 주제일지 모를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기 위해 자연에 나섰고, 자연과 맞섰다. 때로는 자연이 내어준 좋은 재료들에 행복해했고, 때로는 어느 것 하나 손에 쥐지 못해 바다마을에 살면서도 바닷물 냄새만 맡는 날도 있었다.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비와 강한 바람에 살림살이가 모두 날아가는 상황 속에도 집안의 설비를 책임지는 유해진은 불씨와 싸우며 힘겹게 불을 붙였고, 요리를 책임지는 차승원은 그 가운데 소박한 한 상을 차려냈다.

동갑이자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 음식을 잘 만들고 무엇이든 잘 고치는 금손을 지녔다는 것 외에는 성향 적으로 180도 다른 듯한 두 사람의 한 지붕 생활을 지켜보는 건 ‘삼시세끼-어촌편’을 보는 의외의 재미였다. 성격 급한 차승원은 원하는 바를 빨리빨리 해내야 하는 사람이었고, 이는 상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유해진은 차승원과 정반대인 성격이 말투에서도 묻어 나오듯 느긋한 사람이었다. 그런 유해진을 향한 차승원의 잔소리 폭격은 끊이지 않았는데, 그의 재촉에 투덜거리면서도 차승원이 원하는 바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유해진의 모습은 어쩐지 귀여웠다. 서로가 전혀 맞지 않아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함께 생활하고 함께 삼시세끼를 나누며 끈끈한 관계를 형성해가는 모습으로 ‘금슬 좋은 노부부’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첫 시즌을 성황리에 마무리한 차승원 유해진은 ‘삼시세끼’ 어촌편 시리즈는 물론, 산촌으로 자리를 옮긴 ‘삼시세끼-고창편’에 출연해 시청자와 만났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재료가 주어지더라도 메뉴를 떠올리고 밥 한 그릇 뚝딱 차려내 것 즈음은 일도 아니라는 듯 해내는 차셰프와 어느 지역 어떤 상황에 놓여있더라도 필요에 맞는 섬세함으로 금손을 자랑하는 참바다 씨는 바다 건너 스페인으로 무대를 넓혔고, 그곳에서 ‘스페인 하숙’을 차리기도 했다. ‘자급자족’ ‘소소한 일상’에서 벗어나 ‘누군가를 맞이’하고 ‘대접하는’ 일상을 더한 두 사람은 그곳에서도 깐깐한 차승원과 느긋한 유해친의 대화 속에서 피어나는 자연스러운 유머로 찾아온 하숙객을, 그리고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그렇게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10년째 밥 같이 먹는 사이’가 된 차승원 유해진이 이를 기념해 다시 뭉쳤다. 프로그램 제목은 tvN ‘삼시세끼 Light’(삼시세끼 라이트, 이하 ‘삼시세끼’)로,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삼시세끼’ 시리즈의 특별편이다. 프로그램 제목처럼 가벼운 촬영을 지향한다. 어촌, 산촌 등 풍경도 먹거리도 국한하지 않고 촬영 때마다 산과 들과 바다를 넘나든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자연 속 재료도 당연히 달라질 수 있다. 프로그램 제목이 ‘삼시세끼’이니 제작진은 되도록 불을 지펴 음식을 만들길 바라지만, 유해진은 프로그램 제목을 듣자마자 “때론 사 먹을 수도 있겠다”며 눈을 반짝인다.



이전 ‘삼시세끼’들과 또 달라진 점이라면 차승원 유해진의 곁에 항상 함께했던 손호준이 빠지고, 매 회 게스트를 초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나PD는 매 시즌 설비부(유해진 담당)와 요리부(차승원 담당)를 넘나들며 할 일이 가장 많았던 손호준 없이 두 사람이 서로 도우며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재밌을 것 같아 손호준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나PD의 예상대로, 차승원 유해진은 촬영 시작부터 정신없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차승원 유해진이 처음으로 짐을 푼 곳은 강원도 평창의 시골집. 도착과 함께 준비해 온 열무와 무를 꺼내 김치를 담근 차승원과 그를 도와 김치 재료를 다듬고 불을 지핀 유해진은 혼이 쏙 빠진다. 특히 유해진은 차승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가 끓이던 찌개에 몰래 김치를 넣었다 발각돼 차승원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차승원은 요리 중단을 선언하고, 유해진은 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준비한 막걸리를 내밀고, 눈치를 보기도 한다.



동갑내기 배우이자 ‘삼시세끼’ 10년 차, 사실상 예능에서 호흡 맞춘 기간만 따지자면 더욱 오래된(2006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속 ‘차승원의 헬스클럽’) 두 사람은 긴 세월을 증명하듯 티격태격하면서도 마치 들어맞는 퍼즐처럼 더욱 노련해지고 숙성된 케미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여기에 더해진 장수 예능 프로그램의 편안함과 ‘삼시세끼’에서 느낄 수 있는 아늑함은 더할 나위 없는 금요일 밤을 완성한다. 그들의 이사와 함께 달라질 풍경에, 그들이 맞이할 손님과 함께 달라질 분위기에 새로워질 ‘삼시세끼’를, 그 속에서 여전히 찰질 차승원 유해진의 티키타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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