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쏟아지는 우주 환경…인공위성 고장 원인 찾았다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2024.09.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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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재료연구원, 방사선 쬔 나노소재 반도체에 일어나는 오류 규명

감마선 조사 실험 중인 트랜지스터. 방사선 측정용 보드 가운데 트랜지스터를 부착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감마선 조사 실험 중인 트랜지스터. 방사선 측정용 보드 가운데 트랜지스터를 부착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국내 연구팀이 우주로 발사된 인공위성에 중대한 결함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을 찾았다. 인공위성에 쓰이는 나노소재 반도체에 우주 방사선이 가해질 경우 전류 흐름에 문제가 생겨 오류가 나타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은 한국재료연구원(이하 재료연)과 공동연구를 통해 2차원 나노소재인 '이황화몰리브덴(MoS2)' 기반 반도체에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선을 조사(照射)했을 때 나타나는 전기적 특성 변화와 그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나노 머티리얼즈' 8월호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먼저 재료연 연구팀이 이황화몰리브덴을 이용해 트랜지스터를 제작했다. 실리콘 기판 위에 전자를 차단하는 절연체와 반도체 물질인 이황화몰리브덴을 층층이 쌓아 전극으로 연결하면 전기신호를 처리하는 반도체 소자가 된다. 이어 원자력연 연구팀이 해당 트랜지스터에 동위원소인 '코발트60(Co-60)'에서 나오는 감마선을 쬐었다.

그 결과, 감마선 조사량이 늘수록 트랜지스터에 전류가 흐르기 위한 최소 전압인 '문턱전압'이 높아졌다. 동시에 전류는 줄어들어, 반도체에 오류가 생길 수 있는 특이 현상이 관찰됐다.



원인은 '전자 터널링'이었다. 전자 터널링은 트랜지스터 전자가 비정상적으로 빠져나와 절연체와의 경계면 및 공기층으로 들어가는 현상으로, 감마선을 맞은 이황화몰리브덴에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감마선 조사량이 늘어날수록 전자 터널링 현상이 더 많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반도체 내부의 경계면 및 제작공정에서 발생한 공기층과 연계돼 방사선으로 인한 반도체 고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며 "방사선을 견디는(내방사선)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방사선을 잘 견디는 특성을 가진 반도체 소자를 개발할 계획이다. 정병엽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나노소재를 이용한 내방사선 반도체 기술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방사선으로 인해 화학적, 물리적 성질이 나빠지는 현상의 근본적 원인을 밝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K-센서기술개발사업과 산업기술혁신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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