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11시쯤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대한극장 앞 분식점에는 유명 영화배우들이 남기고 간 사인이 벽에 붙어 있었다. /사진=김지은 기자
24일 오전 11시쯤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대한극장 앞. 이곳에 12년 넘게 분식집을 운영한 김모씨는 벽에 붙여둔 종이들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벽에는 영화감독과 유명 배우, 가수들이 그동안 남기고 간 사인이 가득했다.
김씨는 "과거에는 영화배우들이 시사회나 무대인사를 마치고 우리 집에 와서 음식도 사 먹었다"며 "대한극장이 문을 닫으면 그런 소소한 재미도 추억으로 남으니까 아쉽다"고 말했다.
24일 오전에 방문한 대한극장 모습. 외관에 걸려 있던 영화 포스터가 모두 사라졌다. /사진=김지은 기자
24일 오전에 방문한 대한극장 모습. 내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사진=김지은 기자
대한극장을 운영하는 세기상사는 해당 건물을 공연장으로 개조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에서 흥행한 이머시브 공연 '슬립 노 모어'를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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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주민들과 상인들은 아쉬움과 함께 기대감도 드러냈다. 직장인 유모씨는 "대학생 때 대한극장에서 할인을 해줘서 영화를 즐겨 봤다"며 "영화관 자체가 조용하기도 하고 소소한 추억도 깃들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씨는 "마지막으로 본 게 '서울의 봄' 영화였다"며 "관객들이 많이 줄어서 걱정이 되긴 했는데 막상 문을 닫는다고 하니 아쉽다. 새로 들어설 공연장이 어떤 모습일지, 이 동네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충무로역에 마련된 '충무로 영화의 길' 전시관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이모씨는 "극장이 사라지면 대기업이 영화를 독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단관극장은 이해관계가 적어 독립 영화 상영 기회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극장은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지키고 관객들에게도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했다. 영화인에게 보물 같은 곳이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