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진 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후배부부는 자식들이 스스로 결정한 것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입장이었지만 한편으론 미국에서 좋은 대학을 나와 빅테크와 금융권에 취업한 후 뛰쳐나와 어려운 길을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마음도 있어 보였다. 미국 사회를 잘 알진 못하지만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입장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선택이고 당장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훨씬 큰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실제 미국 명문대생들이 빅테크 등에 취업한 경우와 스타트업에 뛰어들었을 때를 비교하면 평균적으로 스타트업 쪽이 경제적 보상의 크기가 더 크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증명된 사실이기도 하다. 게다가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치가 능력을 성장시키고 스타트업 생태계 내에서 또 다른 기회를 갖는 것도 어렵지 않기 때문에 뛰어난 인재들일수록 안정적인 직장에 머물지 않고 스타트업을 하는 추세다. 후배부부의 자제들은 사실 자연스러운 선택을 한 것이다.
기업가정신은 글로벌 경쟁력의 척도로 이의 확산을 위해서는 튼튼한 스타트업 생태계와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미국은 스타트업하기 좋은 도시가 여럿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바탕으로 전 세계 스타트업과 인재를 빨아들인다. 우리도 서울이 스타트업하기 좋은 10대도시에 포함되고 다양한 창업지원 정책 등은 긍정적이지만 촘촘한 규제와 위험회피 문화가 기업가정신 확산의 걸림돌이 된다.
하지만 기업가정신이야말로 불확실한 자녀들의 미래를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이다. 기업가정신은 '앙트프러너십'(Entrepreneurship)의 번역어로 창업가정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더 정확한 의미로는 문제해결능력에 가깝다. 어떤 문제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이를 혁신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바로 기업가정신이며 이런 능력을 가진 창업가들이 가장 큰 성취를 이루도록 투자하고 그 성과를 나누는 시스템이 스타트업 생태계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전체 직업 중 절반이 지난 30년 내에 없어졌고 새로 생긴 직업이 그 절반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한다. 다가오는 AI 시대를 감안하면 우리 학생들이 활약할 미래에는 현재의 기능적 교육으로 가능한 직업이 절반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정답을 가르치고 외우는 능력은 불필요하다.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문제해결능력, 즉 기업가정신이야말로 미래세대에게 남겨줘야 할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가치다. (최성진 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