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與지도부 만찬하며 "우리 한 대표가 고기 좋아해 소·돼지 준비"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민동훈 기자 2024.09.2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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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24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후 6시30분쯤부터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 회동을 함께 했다. 야외에 대형 테이블이 준비됐고 테이블 위쪽으로는 알전구 조명이 설치됐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도 나왔다.



오후 5시45분쯤 정희용 국민의힘 원내대표 비서실장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이후 대통령실, 국민의힘 참석자들이 순차적으로 도착했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한 대표가 도착했고 홍철호 정무수석이 나와 인사했다. 뒤이어 정진석 비서실장이 도착해 한 대표와 악수하고 대화했다. 공식 만찬이 시작되기 전 참석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서 환담을 나눴다.

오후 6시30분이 되자 윤 대통령이 등장했다. 한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정 비서실장이 영접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 추 원내대표 정 비서실장 순으로 악수를 했다.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이 도착하자 박수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반갑다. 잘 지냈느냐"고 인사하며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너무 덥고 다음주 되면 더 추워져서 여기서 저녁을 먹고 싶었는데 이렇게 함께 먹게 됐다"고 했다. 모두가 자리에 앉은 뒤 식사를 시작할 때쯤 윤 대통령은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정치권 일각에서 불거진 두 사람 사이 갈등성을 진화하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만찬에 앞서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하고 대통령실이 사실상 거부를 하면서 두 사람 사이 갈등이 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는 점에서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간 만찬은 지난 7월24일에 이어 2개월 만이다. 이날 만찬은 신임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및 당대표 비서실장 등을 포함해 여당 지도부가 완성된 이후 처음 열리는 것으로 상견례의 의미가 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서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진종오·김종혁 최고위원, 김상훈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지도부 16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 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을 포함한 수석급 참모진이 전원 나왔다.

이날 만찬 참석자들은 최근 윤 대통령의 체코 공식방문 성과와 원전 생태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여야 관계와 국정감사 이야기도 나왔다. 국민의힘에서는 추석 민심과 건의사항을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양한 채널의 소통을 이어가기 위한 당정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자리"라고 만찬의 성격을 밝혔다.



이날 주류는 따로 준비되지 않았고 오미자주스를 따라 건배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노타이 정장의 편한 차림으로 만찬을 즐겼다.

당초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공식 만찬은 지난달 30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추석 민생 대응이 우선"이라며 한 차례 연기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한 대표가 의정갈등 해법으로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안'을 제시한 데 대해 윤 대통령이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 진짜 이유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과 독대를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실제 성사 가능성은 극히 낮은 상황이다. 한 대표는 독대를 통해 의정갈등과 관련한 정부의 유연한 태도 변화 등을 요청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전날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로, 한 대표와의 독대는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독대 요청 사실이 미리 언론에 유출된 점, 의료개혁과 관련한 당정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점 등이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대표는 독대 불발 소식이 전해지자 기자들에게 "이번에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독대가 아니면) 얘기하기 어려운 주요 현안이 있으니 내일 어려우면 조만간 꼭 (자리를 만드는 게) 필요하지 않으냐고 지금 요청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에도 기자들과 만나 "여당 대표가 대통령 독대 요청을 한 것이 보도되면 안 되는 사실인가. 그렇지 않지 않느냐"라며 "흠집 내기나 모욕주기인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자꾸 (독대 요청을 언론에) 흘렸다고 얘기하는데 그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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