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은 남성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다. 전립선암 역시 남성 호르몬의 성장과 퇴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남성 호르몬의 많고 적음이 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일단 발병하면 '먹이'가 돼 암을 키운다.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면 전립선암을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녔다. 초기 남성 호르몬에 영향을 받는 전립선암도 몇 년이 지나면 돌연변이를 일으켜 호르몬 양과 무관하게 스스로 자라기 때문이다. 전자를 '호르몬 반응성' 전립선암, 후자를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이라 부른다.
문제는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이다. 호르몬 반응성 전립선암이 시간이 지나 거세 저항성으로 악화하면 치료 목적부터 달라진다. 김 회장은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은 암이 먹이가 되는 남성 호르몬이 없는 상태에 '저항'해 암이 계속해서 증식한다"며 "이 단계에서는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치료의 목적도 병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의 발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김선일 대한비뇨기종양학회장(아주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이 전립선암의 치료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PSA는 초기 비전이성 단계에서 전립선암을 발견해 제거하면 수치가 0ng/㎖로 떨어지고 그대로 유지된다. 반면 추적 검사에서 금세 수치가 오르는 환자도 있는데, 이 경우 MRI나 CT에서 암이 발견되지 않아도 '생화학적 재발'로 판단해 조기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은 혈중 남성 호르몬이 '거세' 수준으로 낮은 상황(50ng/㎖미만)에서 △최소 1주 이상 간격으로 3회 측정한 PSA 값이 최저 대비 50% 이상 2회 상승하며 2ng/㎖를 초과한 경우 △두 개 이상의 뼈 병변이나 영상학적 진행이 확인된 경우 진단한다. 비전이성 단계에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후 10년 이내에 이러한 생화학적 재발을 경험하는 환자는 10명 중 2~5명 정도로, 이 경우 전이나 사망 위험이 높은 편이라 특히 조기 치료제 사용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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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탄디는 임상에서 기존 호르몬 치료인 류프로라이드 안드로겐 차단요법(ADT)을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와 비교해 전이 또는 사망 위험을 58% 줄이는 결과를 나타냈다. 무전이 생존율 또한 통계적,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김 회장은 "유럽비뇨기학회(EAU)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의 최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생화학적으로 재발한 고위험 비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에 엑스탄디를 ADT와 병용 혹은 단독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며 "다만, 엑스탄디의 적응증 확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전이성과 달리 전체의 85~90%에 해당하는 비전이성 전립선암에는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전립선암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2004년부터 21년째 '블루리본 캠패인'을 진행하고 있다. 9월 셋째 주 '전립선암 인식 주간'에 다양한 온오프라인 인식 개선 활동을 펼치지만, 여전히 암에 대한 인지도는 낮기만 하다. 최근 학회 조사 결과 전립선암의 고위험군인 50대 이상 남성 10명 중 7~8명은 혈액을 통해 진행하는 PSA 검사를 소변 검사라고 알고 있거나, 전립선암 조기 발견을 위한 검사 주기를 모르고 있었다.
그는 "전립선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96%로 높은 편이지만, 암이 전립선을 넘어 원격 전이가 발생하면 5년 상대 생존율이 절반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다"며 "아직은 국가암검진사업 항목에 전립선암이 포함되지 않아 조기에 치료할 수 있는 환자도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중년 이후 남성은 전립선암 예방을 위한 PSA 검사를 매년 시행해 추이를 관찰하는 것이 좋다"며 "최근에는 로봇수술부터 약물까지 좋은 치료 옵션이 많아졌기 때문에 암을 진단받아도 희망을 잃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가 올해 ‘전립선암 바로 알기 주간’을 맞아 진행한 인식 조사 결과./사진=대한비뇨기종양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