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 강남에 쏠린 사교육이 집값 올려, 과감한 해결책 필요"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4.09.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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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치열한 사교육 경쟁이 주택가격과 가계부채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도록 만드는 '과감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24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강남의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 다른 지역 학생들의 기회를 줄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강남에 몰려 있는 사교육 강사와 대학 입시 코치를 두고 부모 사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 경쟁이 주택가격과 가계부채를 끌어올리고 지역 불평등과 지방 인구 감소를 가속화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가파른 서울 주택가격 상승세를 막기 위한 '과감한 해결책'으로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입학 정원 상한제를 주장했다. 강남처럼 부유한 지역 출신 학생들의 상위권 대학 진학 상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서울의 부자들은 6살때부터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 대학 진학을 준비시키고 여성 근로자들은 자녀 교육 때문에 집에 머물기로 결정한다"며 "이런 치열한 경쟁이 경제에도 해를 끼치고 모든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또 "세계 지도자들이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칭찬하지만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은은 과열된 입시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서울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 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자는 내용이다.


아울러 이 총재는 높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경제 성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45%로 선진국 기준으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지만, 가계부채 비율은 92%로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 문제를 언급하며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를 유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주요 산업에 의존하는 국가 성장 모델은 기력이 고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우리는 과거 성공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며 "이제 말이 지쳐 새로운 말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이 말이 너무 빠르고 잘 달리고 있는데 왜 바꿔야 하나'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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