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기술 빼앗긴다"…엔지니어 집단도 MBK·영풍에 등 돌렸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박미리 기자 2024.09.2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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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영풍 공개매수, 고려아연 기술직·노조·협력사·지역사회 반응/그래픽=김다나MBK·영풍 공개매수, 고려아연 기술직·노조·협력사·지역사회 반응/그래픽=김다나


고려아연의 기술인 집단도 MBK·영풍에 등을 돌렸다. 노조와 협력사, 공장이 자리잡은 지역사회까지 비철금속 생태계 전반이 최윤범 회장을 중심으로 한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 편에 섰다. 이에 MBK·영풍은 공개매수 선언 후 처음으로 고려아연 임직원과 노조 등을 향한 메시지를 내며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부회장)는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타워 고려아연 다목적실에서 회사 핵심 기술진 20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MBK·영풍의 경영권 공세에 대해 "모든 임직원은 이번 적대적 M&A를 결사코 막아낼 것"이라며 "우리의 기술, 노하우, 50년 역사가 저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CTO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삼촌이자 대한민국 100대 기술인으로 선정된 최창영 명예회장과 함께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1985년 고려아연에 입사해 현장에서 아연 등 유가금속 회수율을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해 고려아연의 성장을 이끌었다.

이 CTO는 "비철금속은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핵심원자재를 공급하는 기간산업으로 고려아연은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기업이 됐다"며 "이것은 수십 년간 밤낮없이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한 우리 엔지니어, 연구원 현장 근로자들의 노력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MBK라는 투기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한다"며 "그들은 우리의 기술과 미래, 나라의 미래는 안중에 없기에 우리는 이런 약탈적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철금속업계 관계자는 "기술직 전체가 경영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냈다는 건 사실상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한 비철금속 산업 생태계 전반이 MBK·영풍에 등을 돌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미 고려아연 노조는 "MBK는 즉각 공개매수 철회를 선언하고, 고려아연 노동자의 일자리 침탈을 즉시 중단하라"는 입장을 냈고 한국앤컴퍼니, 휴스틸 등 고려아연 고객사 80여곳은 '고려아연 품질 유지 요청서'를 통해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아연과 연, 반도체 소재 등 국가 기간산업 핵심 소재의 해외 기술 유출과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특히 사모펀드의 경우 투자 수익 확보를 위해 독단적인 경영을 할 가능성이 크고 향후 투자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공장이 위치한 울산에선 '고려아연 주식 사기 운동'이 진행중이다.

고려아연 핵심 기술직의 기자회견이 열린 이날, MBK측은 '존경하는 고려아연 임직원, 노동조합, 고객사, 협력업체, 주주, 지역사회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구성원께 올리는 글'을 통해 "저희가 가장 먼저 찾아뵙고 말씀 드리는 자리를 마련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던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저희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제품 품질이 저하되고 협력사들과의 관계가 중단되며 핵심 기술이 유출될 거라 하지만 근거없는 억측이며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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