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떠넘긴 영풍, 어떻게 믿나"…고려아연 기술 산증인의 분노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안정준 기자 2024.09.2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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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부회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타워 고려아연 다목적실에서 김승현 기술연구소장, 설재욱 생산1본부장 등 회사 핵심 기술진 20여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사진=박미리 기자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부회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타워 고려아연 다목적실에서 김승현 기술연구소장, 설재욱 생산1본부장 등 회사 핵심 기술진 20여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사진=박미리 기자


"우리의 기술, 노하우, 50년 역사가 저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부회장)는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타워 고려아연 다목적실에서 김승현 기술연구소장, 설재욱 생산1본부장 등 회사 핵심 기술진 20여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MBK·영풍의 경영권 공세에 대해 "모든 임직원은 이번 적대적 M&A를 결사코 막아낼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CTO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삼촌이자 대한민국 100대 기술인으로 선정된 최창영 명예회장과 함께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1985년 고려아연에 입사해 현장에서 아연 등 유가금속 회수율을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해 고려아연의 성장을 이끌었다.



동업 관계였던 영풍측 사정에도 밝은 이 CTO는 현장 기술자의 시각에서 영풍이 MBK와 손잡고 회사 경영권을 노리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CTO는 "저도 영풍에 가서 (영풍 임직원들에게) 영풍의 미래에 관한 강의를 하고 기술상 상호교류도 하는 등 원래 고려아연과 영풍의 동업은 잘 유지됐다"며 "하지만 4~5년 전, 영풍 석포 제련소 산업 폐기물 문제가 생겼고 영풍은 이 문제를 고려아연 온산 제련소를 통해 해결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석포제련소의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겨 고려아연을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 했다는 것. 이 CTO는 "이는 고려아연 주주에 대한 배임이자 국가에 대한 죄이며, 이걸 막은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라며 "고려아연이 그때부터 장형진 고문의 영풍측과 사이가 틀어진 것이지 이유가 다른데 있는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CTO는 회사 최고 기술자로서 최윤범 회장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CTO는 "미국에서 변호사였던 최윤범 회장은 귀국해 온산제련소에서 저와 1년간 함께 현장을 배웠고, 이 기간 온산제련소의 핵심 기술을 다 습득했다"며 "이후 호주로 가서 적자 제련소를 흑자로 전환시켰고 회장 자리에 올랐다"고 말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추석 연휴기간 해외 출장에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출장길에 해외 협력사 등과 MBK·영풍 측 공개매수에 대한 대응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추석 연휴기간 해외 출장에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출장길에 해외 협력사 등과 MBK·영풍 측 공개매수에 대한 대응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기에 전문 경영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이 CTO는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원료를 멕시코, 호주 등에서 수입해 10년간 12.8%의 영업이익률을 내는 건 기술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한 전문 경영이 아니면 설명이 안된다"며 "원료 도입 상황에 맞춰 조업을 변화시키고 대처해 최대 이익을 따라가는 기술력이 우리에겐 있으며 이는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CTO는 이 같은 기술을 발판으로 고려아연이 담당한 비철금속업이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핵심원자재를 공급하는 기간산업으로 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CTO는 "이 같은 성과는 수십 년간 밤낮없이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한 우리 엔지니어, 연구원 현장 근로자들의 노력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MBK라는 투기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한다"며 "그들은 우리의 기술과 미래, 나라의 미래는 안중에 없기에 우리는 이런 약탈적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동종 산업에서 실패를 본 장형진 고문 측이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으로 올라선 고려아연 경영권을 노리는 건 명분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CTO는 "영풍은 사업이 부진해 연속적자에 시달리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됐으며 심지어 인원 감축까지 진행중"이라며 "하지만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집중할 뿐, 영풍 석포제련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 CTO는 "세계 1위의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은 98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트로이카 드라이브' 비전을 통해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는 현 경영진과 기술자들, 그리고 모든 고려아연 임직원이 함께 이룬 것으로 저를 비롯한 핵심 기술인력들, 그리고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들은 현 경영진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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