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에 전자발찌 훤히 드러낸 배달 기사…"저러고 우리집 들락날락"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4.09.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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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전자발찌를 찬 배달 기사의 모습이 온라인상에 공개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자신의 이름 등 정보를 서비스 이용자에게 공개하는 택시기사와 택배기사와 달리 배달 기사는 등록·허가가 필요하지 않아 취업 제한이 없다. 정부는 성범죄·강력범죄자의 배달업 종사 제한과 관련해 구체적 기준을 마련한 상태다.

"아이들 배달시켜줄 때 조심"…불안감 고조
누리꾼 A씨는 지난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우연히 내 앞에 정차한 배달 기사가 다리를 내리는 순간 전자발찌가 딱 보였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오토바이를 탄 배달 기사는 검은색 트레이닝복 긴바지를 입고 있다. 양말을 신지 않은 발목 위로 검은색 전자발찌로 추정되는 물체가 부착돼있다. 같은 배달 기사로 추정되는 다른 사진 속 남성은 반바지를 입고 전자발찌를 찬 발목을 훤히 드러냈다.

A씨는 "생각지도 못했던 배달 기사의 전자발찌"라며 "검색해 보니 법에 따라 2025년 1월 17일부터 (성범죄·강력범죄자들은) 배달 기사를 못 한다고 한다. 그런데 제대로 관리될지 걱정이다. 아이들 배달시켜줄 때 특히 조심해야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꼭 비대면으로 받아야겠다", "숨기려고 노력하지도 않네", "사람들을 마주하는 일은 못 하게 해야 한다", "전과 있는 사람이 내가 먹을 음식을 배달한다니" 등 반응을 보이며 우려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내년 1월부터 성범죄·강력범죄자, 배달업 종사 제한
실제 2018년에는 성범죄를 저질러 전자발찌를 찬 30대 배달 기사가 부산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서 술 취한 여성을 보고 집에 데려다준 뒤 재차 침입해 성폭행을 시도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범인은 경찰 추적을 피하려고 차고 있던 전자발찌를 절단했다.

지난해 5월에는 대구에서 한 배달 기사가 원룸 건물로 들어가는 20대 여성을 따라가 성폭행하려다 실패하고, 이를 제지하려던 여성의 남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렸다. 2021년에는 서울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서 배달 기사가 여성 주민에게 자신의 신체 부위를 노출하고 달아나는 일이 발생했다.


배달 플랫폼이 성범죄자는 배달 기사로 일할 수 없도록 약관을 바꿔 업무를 제한했으나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정보(이름, 사진 등)를 공개해 신분이 노출된 택시기사와 택배기사와 달리 배달 기사의 정보는 휴대전화 번호 외에는 알 수 없다.

정부는 성범죄·강력범죄자의 배달업 종사 제한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월 '제3차 양성평등 정책 기본 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는 배달 기사와 대리기사로 근무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성범죄·강력범죄자의 배달업 종사제한 세부규정 마련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지난해 12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 통과에 따른 것으로, 성범죄를 중심으로 강력범죄 전과자를 사실상 배달업계에서 퇴출하는 것이 골자다.

내년 1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토부는 배달업에 종사할 수 없는 범죄에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와 살인·강도·약취유인 등 강력범죄, 마약범죄를 포함했다. 범죄별로 '종사 제한 기간'과 같은 기준을 세울 방침이다. 배달 기사 채용 시 배달 플랫폼 업체와 지역 배달 대행업체가 필수로 범죄 경력을 조회하도록 해 실효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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