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 직전 끊긴 GPS '아찔'…드론전쟁 불똥 튄 여객기들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24.09.24 13:49
글자크기
중동 전쟁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적진 네트워크에 보내는 '가짜 신호'가 상업용 항공기의 GPS(위치정보시스템)까지 교란하는 현상이 급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쟁에서 상대방의 드론·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가짜 GPS 신호가 분쟁 지역 밖까지 영향을 미쳐 민간 여객기나 화물기 등 상업용 항공기 조종사들에게도 혼란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항공업계는 GPS 교란(spoofing·스푸핑)이 약 1년 전부터 상업용 항공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최근 6개월 동안 급증했다고 보고 있다. SkAI 데이터 서비스와 취리히 응용과학대학에 따르면 GPS 교란의 영향을 받은 항공편 수는 지난 2월 하루 수십 편이었으나 8월에는 1100편 이상으로 늘었다.

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최근 GPS 교란으로 시간 설정 오류, 거짓 경보 발생, 비행경로 이상 등을 겪었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9월에는 개인 항공기가 허가 없이 이란 영공에 들어갈 뻔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 7월에는 에어버스 A320 여객기의 조종석 전자 지도에서 현재 위치가 다른 곳으로 표시되는 문제가 나타났다. 같은 달 보잉787 여객기는 착륙을 시도하다가 GPS 신호가 끊어져 지상에서 불과 50피트(약 15m) 상공에서 다시 이륙하는 등 두 차례 착륙을 중단하기도 했다.



WSJ은 "항공기는 GPS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조종실 시스템에 잘못된 정보가 들어오면 몇 분 또는 비행 내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사들은 조종사들에게 GPS 교란을 식별하는 방법은 물론 비상시에 대비해 GPS 없이 항공기를 운항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또 항공기 제조업체·공급업체·항공 안전 규제 기관 등과 협력해 GPS 교란 방지를 위한 장비 표준을 새롭게 마련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GPS 교란이 자주 발생하면 조종사의 주의가 분산돼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위성항법 수석 과학자인 켄 알렉산더는 "GPS 교란 문제로 조종사의 업무가 늘어나고 비상 상황까지 겹친다면 끔찍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드 험프리스 텍사스대 항공우주공학 교수도 "조종사들이 조종석에서 이중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사고가 나기 전 업계와 규제 기관이 GPS 교란 방지 작업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