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합병 피해봤다'…국민연금, 삼성물산-이재용 상대 손배소 제기

머니투데이 정진솔 기자 2024.09.2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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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청사/사진=뉴시스서울중앙지법 청사/사진=뉴시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과 관련, 삼성물산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 삼성물산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김신·최치훈·이영호 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 관계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은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상우)에 배당됐다.



피고에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포함됐다.

소송가액은 5억원대 수준으로 확인됐다. 다만 향후 전문가 감정 등을 통해 피해 금액을 새로 산정하게 되면 손해배상 청구 규모가 대폭 확대될 수 있다.



정부는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 불법 합병으로 인한 국민연금 피해액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국민연금 피해액은 최소 5200억원에서 최대 6750억원으로 추산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삼성 합병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대주주였지만 삼성물산 3주와 제일모직 1주를 맞바꾸는 합병(합병비율 1:0.35)에 찬성할지에 대한 안건을 두고 논의 끝에 그대로 의결했다. 국민연금이 힘을 실어주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은 같은 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임시 주주총회에서 각각 가결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검 수사와 재판에서 삼성 일가에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가치는 높게, 삼성물산 가치는 낮게 합병비율이 책정됐고 국민연금은 손해를 볼 게 뻔한데도 정권의 외압으로 합병에 찬성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문형표 전 장관과 홍완선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압박한 혐의로 기소돼 2022년 4월 대법원에서 각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이재용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을 도와달라고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21년 1월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이와 별도로 국정농단 사건 재판 결과가 나온 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메이슨 캐피탈이 삼성물산 합병으로 손해를 봤다며 제기한 ISDS(국제투자분쟁) 소송에서 우리 정부가 물어줘야 할 배상금도 이자를 포함해 총 230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이 같은 판정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최종 패소할 경우 추가로 매일 3000만원이 넘는 지연이자까지 지급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이번 소송은 소멸시효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손해배상 소송의 소멸시효는 피해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10년이다.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를 기준으로 이번 사건의 소멸시효는 2025년 7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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