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실제 사용자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성실한 태도와 사용자에 대한 배려, 영어 구사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도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시범사업 주체인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관리를 맡고 있는 서비스 제공업체에서 지난 19일 시와 고용부에 이탈 사실을 통보했다"며 "현재 가사관리사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본국의 부모님 등 다방면으로 연락 중이나 미복귀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사노동 관련 전문가는 추석 명절을 맞이해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한국 내 지인과 만나 새로운 일자리를 주선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문가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대다수 국내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며 "추석 명절을 맞아 지인과 만나 더 좋은 일자리 등을 소개받으면서 숙소를 이탈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불법 체류자까지 되면서 시범사업에서 이탈한 이유는 '돈'이다. 동일한 E-9(비전문인력)비자로 제조업체서 일할 때보다 임금이 현격히 적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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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주40시간을 채워도 주52시간 일하는 제조업체 근로자와의 임금격차를 메울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외국인가사관리사는 주 40시간 기준 200만원가량의 월급을 받는데 주52시간 일하는 제조업 근로자는 280~300만원 정도를 수령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주된 취업 이유가 돈인데 월 80-90만원의 격차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가사관리사의 근무를 주52시간으로 만들기도 쉽지 않다. 평일 퇴근 이후에는 부모가 양육을 책임지고, 주말에는 가사관리사의 수요가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임금 체불 등도 이탈의 주요 이유로 거론됐으나 한 달 근무 후 월급을 지급하는 형태라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만 고용부와 서울시는 임금 지급을 월급제가 아닌 주급제로 바꿔 가사관리사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도 검토 중이다. 추가 이탈자 등을 막기 위해서는 해당 업무에 대한 비전을 외국인가사관리사에게 설명하고 제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밖에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이탈과 달리 사용자의 만족도는 높은 편으로 확인됐다. "친철하고 성실한 태도로 가사를 분담하고 본인 고집이 없으며 최대한 사용자에 맞춰서 배려한다", "아기들에게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 조성으로 만족한다" 등이 사용자가 남긴 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