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5일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글로벌 테크놀러지 분석보고서, 메모리-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Memory-Winter Always Laughs Last)의 표지 사진/사진=모건스탠리 보고서 표지사진 캡쳐.
23일 반도체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일본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을 외친 지 한달여만에 전망을 180도 바꾸는 등 오락가락하는 전망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또 반도체 업계에서는 동의하기 힘든 1년 이상의 D램과 낸드플래시 재고수치를 기반으로 시장을 분석해 신뢰성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추석연휴인 지난 15일 SK하이닉스 분석보고서(Winter Looms: 겨울이 다가온다, Asia Pacific Insight)를 내고 내년 메모리반도체 시장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6만에서 12만으로 53% 이상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그 영향으로 추석 연휴 직후 개장일(19일) 하루에만 SK하이닉스 주가는 6.14%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리포트가 문제가 아니라 지난 6월 AI슈퍼사이클이 온다고 한 리포트 이후 한달여만에 갑작스럽게 전망을 바꾼 7월 보고서(시장평균으로의 하향 조정: Downgrading to In-Line)부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 이후 8월 보고서(고점에 대비하기: Preparing for a Peak)와 9월 '겨울이 다가온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멈춰야할 시간'이라며 부정적 전망을 내놨지만 2018년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2021년 8월 '겨울이 온다'고 했다가 실적이 좋아지자 12월엔 '온난화를 만났다'고 전망을 수정했다. 2022년 10월에는 '빙하기가 끝을 보인다'고 전망했으나 2023년은 메모리 업계는 최악의 빙하기를 맞았다./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게다가 반도체 업계는 모건스탠리의 이같은 전망의 기초가 되는 메모리의 재고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주요 공급 및 수급 기반 리스크에서 반도체 재고증가를 우려했다. 모건스탠리는 채널을 점검한 결과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재고가 각각 62주와 67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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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터무니 없는 분석"이라고 맞받아쳤다. A사 관계자는 "2022년말에서 2023년초에는 재고(생산업체+고객 보유분)가 1년(52주)를 넘어선 적이 있지만 감산을 통해 이를 해소했다"며 "재고로 수조원에서 십수조원의 적자를 본 메모리 업체들이 현재도 그 수준의 재고를 가졌다는 것은 지나친 분석"이라고 말했다. 또 B사 관계자는 "재고 규모를 정확하게 이야기하긴 힘들지만 2분기까지의 재고는 매우 정상화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 C씨는 "모건스탠리의 시장전망이 △삼성전자라는 HBM 경쟁사의 등장과 생산시설의 확대 △중국 CXMT(창신메모리)의 DDR4 확대 등으로 메모리 시장의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데 기인한다"며 "이는 메모리 업체들이 범용D램을 늘리지 않고 투자도 HBM과 미세회로 공정전환에만 집중해 범용 D램 생산량 증가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과한 재고 전망에 대한 오류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미래 수익에 대해 오판하고, 이로 인해 주식시장에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의 아시아 헤더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모건스탠리가 바라보는 방향(실리콘사이크의 정점 도래)이 옳을 지는 모르지만, 시장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