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슈퍼사이클" 외치더니…반도체 보고서 180도 뒤집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4.09.2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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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모건스탠리
"호황→침체" 한달만에 말 바꿔
하이닉스·삼성전자 주가 된서리
업계 "시장분석 동의하기 어려워"

지난 9월 15일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글로벌 테크놀러지 분석보고서, 메모리-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Memory-Winter Always Laughs Last)의 표지 사진/사진=모건스탠리 보고서 표지사진 캡쳐.지난 9월 15일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글로벌 테크놀러지 분석보고서, 메모리-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Memory-Winter Always Laughs Last)의 표지 사진/사진=모건스탠리 보고서 표지사진 캡쳐.


모건스탠리가 잇따라 내놓은 '겨울시리즈' 반도체시장 분석 보고서가 논란이다.

23일 반도체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일본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을 외친 지 한달여만에 전망을 180도 바꾸는 등 오락가락하는 전망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또 반도체 업계에서는 동의하기 힘든 1년 이상의 D램과 낸드플래시 재고수치를 기반으로 시장을 분석해 신뢰성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추석연휴인 지난 15일 SK하이닉스 분석보고서(Winter Looms: 겨울이 다가온다, Asia Pacific Insight)를 내고 내년 메모리반도체 시장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6만에서 12만으로 53% 이상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그 영향으로 추석 연휴 직후 개장일(19일) 하루에만 SK하이닉스 주가는 6.14% 급락했다.



같은 날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다른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도 분석한 글로벌 테크놀러지 리포트인 '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Memory - Winter Always Laughs Last)는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도 10만 5000원에서 7만 6000원으로 27.6% 떨어트렸다. 삼성전자의 주가도 19일 2.02% 하락한 데 이어 23일까지 사흘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리포트가 문제가 아니라 지난 6월 AI슈퍼사이클이 온다고 한 리포트 이후 한달여만에 갑작스럽게 전망을 바꾼 7월 보고서(시장평균으로의 하향 조정: Downgrading to In-Line)부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 이후 8월 보고서(고점에 대비하기: Preparing for a Peak)와 9월 '겨울이 다가온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6월 AI 슈퍼 사이클 보고서에서 HBM의 공급부족률이 2024년 -11%에 이어 2025년에도 -11%(삼성전자가 퀄을 받을 경우 -4%)로 예상했다. 또 전체 D램의 공급부족률은 2025년에 -23%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HBM의 수요는 크게 늘어 전체 D램 공급의 30%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2025년에도 슈퍼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7년 11월 '멈춰야할 시간'이라며 부정적 전망을 내놨지만 2018년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2021년 8월 '겨울이 온다'고 했다가 실적이 좋아지자 12월엔 '온난화를 만났다'고 전망을 수정했다. 2022년 10월에는 '빙하기가 끝을 보인다'고 전망했으나 2023년은 메모리 업계는 최악의 빙하기를 맞았다./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2017년 11월 '멈춰야할 시간'이라며 부정적 전망을 내놨지만 2018년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2021년 8월 '겨울이 온다'고 했다가 실적이 좋아지자 12월엔 '온난화를 만났다'고 전망을 수정했다. 2022년 10월에는 '빙하기가 끝을 보인다'고 전망했으나 2023년은 메모리 업계는 최악의 빙하기를 맞았다./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모건스탠리는 이런 전망에서 뚜렷한 이슈 없이 7월에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반도체 종목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이유로 2025년에 주기적인 하락이 예상되고 2026년까지 공급과잉을 유지할 것이라고 태세를 전환했다. HBM의 공급과잉 우려도 이 때 나왔다. 사실 AI 투자 축소에 대한 우려가 나온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그로부터 한달여 후인 8월 28일에 나왔기 때문에 당시의 태세전환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게다가 반도체 업계는 모건스탠리의 이같은 전망의 기초가 되는 메모리의 재고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주요 공급 및 수급 기반 리스크에서 반도체 재고증가를 우려했다. 모건스탠리는 채널을 점검한 결과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재고가 각각 62주와 67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터무니 없는 분석"이라고 맞받아쳤다. A사 관계자는 "2022년말에서 2023년초에는 재고(생산업체+고객 보유분)가 1년(52주)를 넘어선 적이 있지만 감산을 통해 이를 해소했다"며 "재고로 수조원에서 십수조원의 적자를 본 메모리 업체들이 현재도 그 수준의 재고를 가졌다는 것은 지나친 분석"이라고 말했다. 또 B사 관계자는 "재고 규모를 정확하게 이야기하긴 힘들지만 2분기까지의 재고는 매우 정상화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 C씨는 "모건스탠리의 시장전망이 △삼성전자라는 HBM 경쟁사의 등장과 생산시설의 확대 △중국 CXMT(창신메모리)의 DDR4 확대 등으로 메모리 시장의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데 기인한다"며 "이는 메모리 업체들이 범용D램을 늘리지 않고 투자도 HBM과 미세회로 공정전환에만 집중해 범용 D램 생산량 증가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과한 재고 전망에 대한 오류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미래 수익에 대해 오판하고, 이로 인해 주식시장에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의 아시아 헤더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모건스탠리가 바라보는 방향(실리콘사이크의 정점 도래)이 옳을 지는 모르지만, 시장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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