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일본과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업

머니투데이 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2024.09.27 02:05
글자크기
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금융선진국은 어떤 나라일까. 여러 정의가 가능하겠지만 자금을 운용할 시장과 상품의 종류가 많고 해외 여러 나라의 금융시장에 접근 가능한 나라가 금융선진국 아닐까.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금융선진국이라 부를 만하다. 오늘날 한국의 주식투자자들은 세계적 혁신기업들의 주무대인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떠오르는 경제강국인 인도 주식시장에도 접근이 가능하다.

2024년 3월 발표된 한국은행의 '개인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 특징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우리나라 개인투자자의 해외증권 투자잔액은 771억달러다. 원화 기준 약 100조원으로 우리나라 국가예산의 15%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개인투자자들은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자금을 투자하며 환율 등 거시경제의 주요 지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열흘 전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업 관련 조찬세미나에 참석했다. 주제발표자로 나온 일본 유명 대학의 교수가 한국 정부보다 먼저 주식시장의 밸류업 정책을 펼친 일본의 사례를 설명했다. 그 교수는 일본 주식시장 실적개선의 가장 중요한 요인을 기업의 실질적인 진화에서 찾았다. 특히 히타치의 가와무라 다카시, 소니의 히라이 가즈오 등 새로운 리더들이 등장하여 기업의 외형적인 성장보다 이익률에 집중한 점, 해외진출에 적극적이었으며 연구·개발 투자를 활발히 한 점 등을 주가상승의 주원인으로 분석했다.

일반 기업들의 실적개선뿐만 아니라 일본 금융기관들의 해외진출 성과도 의미가 있었다. 2023년 3월 말 기준 미즈호은행을 자회사로 둔 MUFG(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의 해외수익 비중은 56.7%, 증권회사 중심의 금융그룹인 노무라홀딩스의 해외수익 비중은 49.9%였다. 국내에서 주택담보대출 등 리테일 영업으로 큰 수익을 내지만 글로벌 수익의 비중이 아직 10%대인 한국 금융지주들엔 갈 길이 먼 수치다.



뿐만 아니라 그 교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전 세계 2500개 기업의 2022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수치를 제시했다. 제조업 강국이라 할 수 있는 독일, 일본, 한국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지출비중을 보면 독일이 5.1%로 가장 높고 일본이 3.8%로 중간, 한국이 3.4%로 가장 낮았다. 더욱이 세 나라의 대표 기업이라 할 수 있는 폭스바겐, 토요타, 삼성을 제외한 각국 기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독일 4.8%, 일본 3.9%, 한국 2.1%로 독일과 일본은 거의 영향이 없는 반면 한국만 현저히 떨어졌다. 한국 기업들의 연구·개발비 비중이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착각이었다.

이 교수의 발표에 이어 토론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이 제대로 밸류업되기 위해 필요한 이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배당확대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제시됐는데 가장 무겁게 다가온 것은 한국 기업 또는 시장에 대한 신뢰 이슈였다. 한국 기업의 경영진 또는 소수의 대주주는 정말로 전체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가.

최근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주주친화적인 개혁과 주식시장 밸류업 정책을 참고하는 등 주식시장 밸류업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펼친다. 마침 2024년 9월12일자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하우 투 피니시 재팬스 비즈니스 레볼루션'(how to finish Japan's business revolution)이란 제목으로 2012년 아베 신조 총리 취임 후 시작된 일본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혁을 다뤘다. 기사에 따르면 아베 총리 시절 시작된 개혁이 일본 주식시장 밸류업에 상당한 성과를 가져왔으나 아직 미완성이고 진정한 개혁의 완성을 위해서는 일본 관료들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기업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일본은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좋은 참고서다. 우리나라 정치인, 관료, 기업인들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대한다. (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