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기업에 한도·금리 우대, 허위 평가엔 철퇴… 은행도 제재 추진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4.09.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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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신용정보업감독규정' 개정 추진… 기술금융 규율 정비 본격화
관대한 기술신용평가 요청한 은행도 과태료 등 제재 받을 예정

신용정보업감독규정 개정/그래픽=윤선정신용정보업감독규정 개정/그래픽=윤선정


금융당국이 기술신용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은행도 제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술금융은 매출이나 담보가 없어도 기술력이 좋은 기업에 대출 우대를 주는 제도다. 하지만 기술신용평가를 관대하게 매기는 관행으로 제도 취지가 왜곡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당국은 신용정보법을 개정해 기술신용평가사에 관대한 기술평가 결과를 요구한 은행에 과태료 등 제재를 부과할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하반기 기술금융과 관련한 규율 체계를 정비한다. 기술금융은 담보나 매출이 부족해도 기술력이 있는 기업에 대출 한도나 금리에서 우대를 주는 제도다. 지난해 기준 기술금융은 전체 중소기업 대출 잔액 약 1041조원 중에서 304조원(29%)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기술금융을 받으려면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은행에 대출을 신청해야 한다. 은행은 기술신용평가사에 기술신용평가를 의뢰한다. 평가사는 대출 신청 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한 후 결과를 은행에 보낸다. 은행은 평가사 결과 보고서를 참고해 대출을 실행한다. 신용정보원은 반기별로 은행의 기술금융 실적을 평가하고 이를 신용보증기금 등 출연금 가감에 활용한다.

하지만 은행이 기술금융 실적을 높이기 위해 평가사에 관대한 기술신용평가를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 은행이 여러 평가사에 평가 등급을 사전에 문의하고, 원하는 등급을 제공하는 회사에 일을 맡기는 식이다. 평가사는 많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은행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술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사에 관대한 등급을 주는 등 허위 평가가 발생하고, 기술금융 제도 취지가 왜곡되고 만다.



금융위는 우선 신용정보업감독규정을 개정해 허위로 기술신용평가를 하는 평가사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기존에는 허위 평가라는 시장 질서 위반 행위를 제재할 근거가 없었다. 평가사가 평가받는 기업과 전혀 관련 없는 타인의 자격증을 도용해 기술평가를 조작한 사례도 앞서 적발됐지만 지금까지는 이를 처벌하기가 어려웠다.

감독 규정이 개정되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기술신용정보를 생성하거나 평가자에게 등급 결과를 강요하는 평가사는 금융당국 제재를 받게 된다. 현행 신용정보법에 따라 앞으로 이런 행위로 적발되면 최대 3000만원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융위는 신용정보법을 개정해 중대한 위법 행위에는 기술신용평가사 허가 취소도 가능하도록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개정 신용정보법에는 평가사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은행도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들어간다. 기존에는 신용정보법에서 은행의 행위 규칙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다. 법이 개정되면 은행이 평가사에 사전에 결과를 문의하거나 관대한 기술신용 평가 등급을 요청하는 행위가 금지되고 이를 처벌할 근거가 생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올해 안에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될 예정"이라며 "제재 대상은 은행이지만 신용평가 업무와 관련된 만큼 은행법이 아니라 신용정보법에 관련 근거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가사도 위법 행위에는 과태료를 부과받기에 은행 제재도 그런 식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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