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출생률, '일하는방식·근로시간' 안바꾸면 경제성장 멈춘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4.09.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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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노동연구원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노동연구원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인구 감소와 초저출산은 생산성 제고와 함께 일·생활 균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 발전을 비롯해 근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일하는 방식을 다양화해야한다."(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





"인구변화 대응의 성공 여부는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노동생산성에 달려 있기 때문에 노동력의 양적·질적 확장을 위해서 근로시간제도의 개편이 필수적이다."(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저출생·고령화 문제가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근로자들의 '일하는 방식'과 '근로시간 제도'를 바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구감소 시대의 위기를 넘기 위해선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여성과 고령층 인력의 활용을 늘려야 하는데 근로시간 선택권과 유연근무의 확대가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연구원,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함께 23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인구구조 대전환, 일하는 방식의 미래에 대응한 근로시간 제도 개선'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고용·노동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사진=노동연구원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사진=노동연구원
일하는 방식에 변화가 없으면 노동생산성 혁신도 없다
전문가들은 지난 10년간 가속화된 저출생·고령화의 결과 인구구조 변화의 시대가 오고, 노동시장에 심대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를 기록했고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가임 연령 동안 평균적으로 낳는 자녀 수다.


지난해 2900만명이었던 경제활동인구는 2072년 1600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또 같은 기간 689만명이었던 35세 미만 청년층은 297만명으로 줄고, 55세 이상은 전체 노동력의 3분의1에서 2분의1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정민 서울대 교수는 "장년층과 여성 유휴 인력이 노동시장에 유입되고 있고 노동시장도 변화함에 따라 근로시간제도 변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일하는 방식의 변화 없이는 노동생산성 혁신도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업장 수준에서 최적의 근로시간제도를 선택하고 이를 존중하는 방식의 자율적 제도로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계약 준수, 건강권 보호, 근로자 시간결정권 보장과 같은 원칙을 유지하되 실제 운영은 사업장 수준에서 자율화하고 객관적인 보상체계를 확립해 임금투명성도 높여야한다"고 말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노동연구원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노동연구원
엄상민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업체에서 생산성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월 근로시간 변동성도 낮은 경향이 확인된다"며 "근로시간 제도 운영에서 지금과 같은 획일적 규제보다 선택할 수 있는 선택폭을 유연하게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한다"고 설명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인구감소가 불가피한 미래에서 어떻게 일할 것인가는 노동하는 대부분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에 중요하다"며 "장시간 노동을 남용하지 않되 최소한의 법적 기준을 정한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노사의 선택 폭을 넓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축사를 한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저출생·고령화로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청년과 미래세대의 일자리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청년과 미래세대가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기업이 혁신할 수 있도록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0%대 출생률, '일하는방식·근로시간' 안바꾸면 경제성장 멈춘다"
근로시간 단축보다 유연한 근로시간제 도입이 시급
전문가들은 또 AI(인공지능)를 동반한 기술 변화가 개인 재량권이 확대되는 유연한 근로시간 제도를 요구하고 있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속 규모별·업종별 근로시간 양태가 더욱 다양하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근로시간 제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성재민 노동연구원 부원장은은 "정부의 정책 방향은 법정 근로시간의 추가적인 단축보다는 상황에 맞는 유연한 근로시간제 도입과 운영이 우선적 목표가 돼야한다"며 "근로시간계좌제 도입, 근로시간 활용한 연차휴가 '5인 미만 기업' 점진적 확대, 연차휴가 금전보상 금지, 육아휴직 보편화 등 쉼 관련 제도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고 설명했다.

김민섭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사용자 주도의 유연화뿐만 아니라 근로자 주도의 유연화가 함께 추진돼야하고, 노사간 자발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 마련돼야한다"며 "유연근로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성과에 바탕한 임금체계로의 개편이 동반돼야한다"고 말했다.
"0%대 출생률, '일하는방식·근로시간' 안바꾸면 경제성장 멈춘다"
근로자들은 '내가 근로시간과 휴가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원하고 있고, 일할때 몰입해 일하되 휴일과 휴게시간은 철저히 구분해서 보호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간의 경직적인 노사관계와 근로관행도 유연하게 바꿔야 이를 충족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기선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 형태와 업무수행 방식, 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등을 반영한 근로시간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근로시간제도의 보편적 적용 및 지속가능한 기반, 건강권 보호, 노사 자율성 확대라는 최적의 근로시간제도 '패키지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성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감소 시대에 여성 노동력 활용은 필수이고, 출산율과 여성 고용률 개선을 위해서는 산업과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 유연한 근로시간 제도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유연근로제도를 활성화하고, 전일제 일자리에서도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해 근로시간 형태의 다양화가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나라 근로시간 문제가 경제와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노동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선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시장의 낡은 제도와 관행을 없애야한다"며 "선진국처럼 일하는 방식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하고, 유연한 근로시간 제도를 도입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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