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직전이었다"…한라산서 쓰러진 여성 살린 '비번 경찰관'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 상고대가 핀 모습.

비번이었던 경찰이 한라산 정상 근처에서 쓰러진 여성을 구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23일 뉴시스 등에 따르면 서귀포경찰서 대정파출소 마라도치안센터 소속 김주업(44) 경위는 비번이었던 지난 13일 오전 11시쯤 한라산 등반 도중 정상 인근에서 쓰러져 있는 여성 등산객(30대) A씨를 발견했다.

홀로 한라산 등반에 도전한 A씨는 이날 폭염으로 탈진한 뒤 30분 이상 방치돼 있던 상태였다. 김 경위가 오기 전 지나가던 50대 등산객이 A씨의 상태를 파악하고선 119에 신고했지만, 구조대를 기다리면서 저체온증에 의한 쇼크가 오는 등 상황은 더 악화했다.

이에 김 경위는 여성에게 다가가 '식염 포도당' 등을 복용하도록 했고 손발을 주무르며 의식을 잃지 않도록 도왔다. 또 갖고 있던 담요를 꺼내 체온을 유지하도록 했으며 소방 당국의 헬기가 삼각봉 대피소로 향하고 있단 소식에 헬기장까지 약 30분간 A씨를 업고 이동했다.

다행히 A씨는 산악구조대에 인계됐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심정지가 올 뻔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이후 건강을 되찾았다.

이후 A씨는 서귀포경찰서 홈페이지 내 '칭찬한마디' 코너에 글을 올려 "(김 경위가) 극심한 추위에 떨던 나를 안아주고 혹여 입이 마를까 봐 수건에 물을 적셔 입에 올려줬다"라며 "혀가 말리는 상황이 와 극심한 공포에 이르렀을 때도 김 경위가 안심시켜주며 인적 사항을 빠르게 받아적었고 계속해서 저리는 손발을 30분 넘도록 주물러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급대원이 심정지 전 증상이었다며 정말 천운이었다고 하더라"라며 "죽을뻔한 고비를 김주업 경위 덕분에 살아 내려와 정말 어떠한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김 경위는 과거 불법 체류 중국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우측 손목 인대 부근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어 팔이 불편한 상태였다.


그는 "당시에는 제복 입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별다른 생각 없이 본능적으로 행동했던 것 같다. 팔을 다쳐 수술하고 재활 중인 상황인데, 당시 너무 급박하다 보니 아픈 것도 몰랐다. 그러다 나중에 조금 통증이 왔다"라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