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누빈 '홀씨' 아이유, 상암서 10만 관객과 재회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9.2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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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DAM엔터테인먼트/사진=EDAM엔터테인먼트


봄의 시작과 함께 훌훌 날아간 홀씨가 여름의 끝에 다시 돌아왔다. 가수 아이유가 상암 월드컵 경기장 입성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과 함께 돌아왔다. 커진 공연장만큼 스케일도 웅장해졌다. 그 안에서 노래하는 아이유의 존재감 역시 더욱 거대해졌다.

아이유는 9월 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IU HEREH WORLD TOUR CONCERT ENCORE: THE WINNING'을 개최했다. 이번 앙코르 공연은 지난 3월부터 18개 도시에서 진행된 월드 투어의 대단원을 마무리하는 공연이다. 아이유는 '마지막의 마지막'인 22일 공연을 언론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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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 입성으로 세운 또 하나의 '최초' 기록



지난 3월 10일 서울 송파구 KSPO DOME에서 열린 마지막 서울 공연에서 아이유는 상암 앙코르 콘서트 개최를 깜짝 발표했다. 그 전 3회차에서는 알려지지 않았던 깜짝 이벤트이자 확 달라진 스케일에 많은 팬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유는 상암 공연을 예고한 자신의 노래 '홀씨'처럼 하늘로 떠올랐고 5개월간 전 세계를 누비고 돌아왔다.

이번 상암 공연으로 아이유는 '최초'의 기록을 또 하나 세웠다. 지난 2022년 여성 뮤지션으로는 최초로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 입성했던 아이유는 상암 경기장에도 여성 뮤지션 최초로 입성하며 국내 대형 스타디움을 모두 점령한 최초의 아티스트라는 기록을 세웠다.


커진 공연장은 더 화려해진 무대 연출로 돌아왔다. 3월의 서울 콘서트와 이번 앙코르 콘서트의 콘셉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공간적인 제약이 줄어들며 무대 연출은 더욱 웅장해졌다. 공연장을 가로지르는 조명, 천 대의 드론을 활용한 드론쇼, 화려하게 터지는 폭죽은 앞선 공연에서 본 적 없는 스케일을 자랑했다. 아이유 역시 플라잉 리프트를 타고 공연장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좌석의 팬들과 함께 호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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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성장한 아이유, 상암에서도 증명한 이름값

화려한 볼거리들이 즐비했지만, 그래도 그 중심은 아이유의 무대였다. 아이유는 더 커진 무대에도 능수능란하게 무대를 펼쳐나갔다. 아이유의 목소리는 힘 있게 뻗어나가며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첫 월드투어를 마친 아이유가 또 한 단계 성장해서 돌아왔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아이유는 장르를 불문하고 탄탄한 라이브와 볼거리 가득한 군무로 관객의 눈과 귀를 매료했다. '홀씨'와 '잼잼'으로 시작해 '어푸'와 '삐삐'로 흥을 달구고 'Obliviate'로 마무리하는 콘서트의 오프닝은 그대로였다. 'Celebrity', 'Blueming', '관객이 될게', '너의 의미', '밤편지', '너랑 나', 'Shopper' 등 아이유의 인기곡도 여전히 만나볼 수 있었다. 동시에 '라일락', 'Last Fantasy', '비밀' 등 지난 콘서트에서는 들을 수 없던 노래들도 추가됐다.

또한 아이유는 미공개곡 '바이 썸머(Bye Summer)'도 팬들에게 선사했다. 지난 금요일까지 이어졌던 무더위가 끝나고 주말을 기점으로 선선해진 날씨는 아이유의 '바이 썸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줬다. 아이유는 "이번 투어를 하며 인생에서 가장 긴 여름을 보낸 것 같다. 서울과 요코하마를 제외하면 모두 더운 도시였다. 역대급으로 긴 여름을 보냈다. 저는 여름을 싫어하는데 이번에는 여름이 좀 좋았다. 이제 가을이 시작되는 것 같은데 긴 여름을 보내는 노래다. 상암에서 이렇게 타이밍이 맞을 줄은 몰랐다"며 '바이 썸머'라는 노래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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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아이유로 채워내기에도 부족했던 3시간

이렇게 새로운 곡들을 추가했다는 건 무언가가 빠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몇몇 곡이 빠지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이 빠졌다. 바로 게스트의 공연이다. 지난 서울 공연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어떤 게스트가 콘서트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냐는 것이었다. 총 4일간 열린 공연에서 각각 뉴진스, 라이즈, 르세라핌, 박보검 등 화려한 게스트가 아이유의 무대를 도와줬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는 게스트가 없었다.



개방형 공연장으로 주변에 주거 시설이 밀집한 상암월드컵경기장의 특성상 공연은 10시까지로 제한된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아이유는 다른 게스트를 부르는 것 대신 오롯이 3시간을 자신의 힘으로 채우며 팬들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갔다. 게스트 공연 순서가 사라졌지만, 그 공백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유라는 아티스트를 담아내기에는 3시간도 부족했다. 시간상의 제약은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을 남겼다. 아이유는 "오늘 공연을 본 기분 좋은 마음으로 한 주, 한 달, 일 년 정도 '다음 아이유 콘서트를 보러 가야지'라는 마음으로 힘든 날을 보내셨으면 좋겠다. 저도 여러분의 아주 오랜된 팬이니까 여러분의 응원봉을 흔들고 있던 저를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미움이 솟구쳐 오르는 순간에도 그 끝에는 사랑이 이기길 바라며 하루하루 크고 작은 승리를 하시길 바란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며 또 다른 무대에서 만날 날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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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급만큼 빛났던 디테일

이번 상암 입성으로 아이유는 명실상부 여성 솔로 아티스트 최정점에 있음을 증명했다. 이틀간 공연장을 가득 채운 10만 명의 관객은 아이유라는 아티스트가 현재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아이유가 지금의 위치에 있을 수 있던 건 단순히 노래만 잘해서가 아니다. 체급에 걸맞은 다양한 디테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유의 섬세한 디테일은 이번 콘서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아이유는 공연을 관람한 팬들에게 뜻깊은 선물을 건넸다. 아이유는 공연을 관람하는 모든 관객에게 방석을 증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콘서트에는 방석뿐만 아니라 망원경도 함께 증정됐다. 아이유는 "망원경이 이번 앨범에서 콘셉트적으로 중요하게 사용된 오브제이기도 하고 멀리서 보시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가까이보시라고 준비한 선물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신이 사용하는 시설물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아이유의 상암 공연이 알려진 이후로 잔디 훼손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소속사에 따르면 아이유는 사전에 안내받은 그라운드 사용 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했으며, 공연장 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유관 담당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기민하게 적극 소통했다. 실제로 관람한 현장에서도 잔디를 최대한 보호하려는 아이유의 노력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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