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장애 MRI 촬영 6배 늘었는데, 환자 10명 중 1명만 치료 중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4.09.2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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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극복의날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오전 광주 남구 백운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치매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사진= 뉴스1 치매극복의날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오전 광주 남구 백운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치매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사진= 뉴스1


'치매 국가책임제' 시행 후 7년이 지난 시점에서 치매 국가책임제가 책임지지 못한 '치매 예방' 공백을 조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경도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는 치매 전단계로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루어지면 치매로 진행되지 않고 인지기능을 회복할 수 있어 경도인지장애 치료는 가장 효과적인 치매 예방책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가 설계한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 진단이 확정된 환자의 관리에 방점을 두고 있어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치료는 방치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 발표 이후 후속대책으로 2018년부터 60세 이상 어르신 중 경도인지장애 진단자는 '치매 의심환자'로 보고 MRI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 이후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위한 MRI 촬영건수만 급증했고 치료로 이어지지 않았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도인지장애 진단자 MRI 급여화가 적용됨에 따라 경도인지장애 진단자 중 MRI 검사를 받은 인원은 2017년 2549명에서 급여 직후인 2018년 5828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인원이 1만4534명에 달해 급여화 이전에 비해 6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자 MRI 촬영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지출 규모는 2017년 8억1800만원에서 지난해 60억5000만원으로 7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경도인지장애 진단자 중 병원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7년 3471명에서 지난해 오히려 1345명으로 줄었다.

치매 국가책임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전체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경도인지장애(F06.7)로 진단받아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서명옥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0세 이상 인구 중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는 278만6628명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같은 해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받아 치료제를 처방받은 인원수는 25만5205명(9.2%)에 불과했다.

강남구 치매안심센터장을 맡고 있는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경도인지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도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적절한 진료를 받아서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경도인지장애 치료공백은 곧 치매예방의 공백"이라며 "치매는 진단 후에는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치매 전 단계에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게 국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치매 조기검진 활성화를 위해 국민적 거부감이 큰 치매라는 용어를 '인지증'으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치매관리법' 개정안은 지난달 23일 제2법안소위에서 논의됐으나 소위 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해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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