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야 물러나라" 돌 던지던 순례객 '2천명' 사망…그날의 참상[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민수정 기자 2024.09.24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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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5년 9월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 사고로 숨진 성지순례자들의 시신이 도로 위에 놓여있는 모습. /사진=뉴스12015년 9월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 사고로 숨진 성지순례자들의 시신이 도로 위에 놓여있는 모습. /사진=뉴스1


2015년 9월 24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이슬람 성지 메카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이슬람 최대 연중행사이자 성지순례인 '하지(Hajj)' 도중 사람들이 한 장소에 과도하게 밀집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당시 사우디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 사고로 769명이 사망했고 934명이 다쳤다. 그러나 AP 통신 등 일각에서는 사망자가 정부 발표보다 약 3배 더 많은 2000명 이상이라고 추정했다. 해당 집계만 놓고 보면 1990년 메카 터널 압사사고(사망자 1426명) 이래 발생한 최악의 사고다.

"넘어지고 깔리고 반복"…메카의 '참상'
하지는 이슬람력 12월 7~12일에 진행되는데 우리 시간으로는 9월에서 10월로 넘어가는 닷새간이다. 무슬림 5대 의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전 세계 신도들은 일생의 한 번쯤 성지순례를 위해 해당 기간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방문한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까지 사우디에는 총 240만명 이상의 순례객이 방문해왔다. 수많은 사람이 몰리는 만큼 역사적으로 메카에서는 압사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1990년 7월 메카의 보행용 터널에서 1426명이 사망했고, 1994년 5월 악마를 상징하는 돌무덤에 돌을 던지는 의식을 하던 중에 270명이 압사당해 목숨을 잃었다. 1998년, 2001년, 2004년, 2006년 등에도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또 2015년 9월 사고 불과 13일 전에도 메카에서 공사장 크레인이 넘어지며 107명이 숨졌다.

2024년 6월18일 이슬람 순례자들이 하지 순례 막바지에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기도하는 모습./AFP=뉴스1 2024년 6월18일 이슬람 순례자들이 하지 순례 막바지에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기도하는 모습./AFP=뉴스1
사고는 메카에서 약 5km 떨어진 '미나'에서 일어났다. 204번 도로와 223번 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미나에서는 마귀 돌기둥에 순례자들이 돌을 던지는 의식이 이뤄진다. 이는 악마를 쫓아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성지순례 절정으로 꼽힌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돌기둥에 가까이 가기 위해 몰려들어 사고 위험이 특히 높다.

외신에 따르면 당시에도 군중이 과도하게 밀집된 가운데 사람들이 넘어지기 시작했고 그 위로 순례자들이 계속해서 넘어지고 깔리길 반복하며 인명피해를 더 키웠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고 시신과 소지품 등이 길거리에 나뒹굴었다. 뒤엉킨 시신 사이로 구조대원들은 부상자들에 CPR(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었다. 5시간이 지났을 무렵에도 시신이 가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정부 비판하자…"순례객이 문제"
전 세계 국가들은 사우디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사진=뉴스1전 세계 국가들은 사우디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사진=뉴스1
전 세계 국가들은 사우디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사이드 오하디 이란의 하지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사우디 당국이 당시 2개 도로를 막으면서 참사가 일어났다며 사우디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란 프레스 TV는 사고 당일 행사 장소에 모하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 왕세자가 방문하면서 그의 경호 인력이 순례객들의 이동 경로를 바꿔 혼잡한 상황이 초래됐다고 보도했다.

사고를 '신의 선물'이라 표현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슬람권에 속하는 러시아 남부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 람잔 카디로프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나에서 일어난 사건은 비극적 사건"이라면서도 "성지순례를 떠나는 모든 무슬림은 바로 그곳에서 죽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 사건은 알라의 선물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가장 성스러운 날, 성스러운 장소에서 숨졌기 때문에 아주 행복한 사람들이고 우리는 그들을 부러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해당 발언에 대해서는 비공식적으로 2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2024년 6월18일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인근 미나에서 무슬림들이 하지 순례 마지막 의식인 '악마 기둥에 돌 던지기' 의식을 하고 있다./AP=뉴시스2024년 6월18일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인근 미나에서 무슬림들이 하지 순례 마지막 의식인 '악마 기둥에 돌 던지기' 의식을 하고 있다./AP=뉴시스
사우디 정부는 오히려 순례객들을 문제 삼았다. 칼레드 알 팔리 사우디 보건장관은 "순례객들이 당국의 규정과 시간표를 따르지 않았다"며 "지시를 따랐다면 이런 사고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후 사고 예방을 위한 몇 가지 규제를 마련했다. 다음 해 사우디 정부는 사고가 발생했던 돌 던지는 의식의 허용 시간을 제한했다. 메카 대사원 중앙의 카바 주위를 도는 의식도 기도 시간 전후 1시간 이내엔 금지했으며, 대사원 입장 시 신분증과 GPS 칩이 내장된 전자발찌를 착용하도록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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