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개인적으로 지금의 상황은 18년 전인 2006년 11월 이후 대출규제 상황과 비슷하다고 본다. 물론 당시 조치는 세계적 부동산 버블 중간에 나온 것이고 2002년부터 계속된 부동산 규제의 일환이었으며 대책이 나오자마자 노골적으로 '창구지도'가 언급됐기에 똑같지는 않다. 하지만 대출시장을 전망하기 위해 당시 경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침내 2006년 11월15일 '부동산시장 안정화 방안'을 통해 LTV 규제강화, DTI 확대적용 등이 발표됐으며 동시에 17일부터 '수도권 전역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사실상 총량규제를 요구하는 창구지도'가 시행됐다. 후속대책으로 12월20일 가계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강화정책이 나왔고 2007년 1월11일에는 투기지역 아파트담보대출 1건으로 제한, 기존 소유 아파트담보대출에서도 DTI 적용 등이 시행됐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양상은 다르다. 그때는 경험이 없었기에 은행권의 2007년 경영계획은 매우 공격적으로 설정됐다. 지금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감독당국이 대출실행 이전에 신청건수마저 보고받는다는 보도도 있었으니 규제는 더욱 물샐틈없을 것 같다. 2024년 초반에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고삐를 놓친 것이 분명하므로 2025년에도 현재와 같이 보수적인 대출정책은 유지될 것이다. 18년 전에도 규제는 2년 정도 강한 영향을 미쳤다.
호경기에도 지속된 완화적 금융지원이 정작 경기하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강화된 규제로 바뀌는 아이러니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가계대출 급증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기에 감독당국의 개입을 부적절하다고 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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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인데 얼마 전 소셜미디어에서 이런 글을 봤다. 젊었을 때는 아저씨들이 왜 20년 전 유행한 것들을 누구나 아는 상식인 것마냥 이야기하는 걸까 했는데 아저씨가 된 지금에는 아저씨들에게 20년 전은 꽤 최근이라서 화제가 낡았다는 실감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고. 결국 (누구나) 나이 들면 생각나는 것은 흘러간 레퍼토리인지도 모르겠다.(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