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고준 / 사진=MBC
고준은 상철을 격하게 끌어안은 채 독사과를 먹은 정우(변요한)의 난쟁이가 되어주고,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미더움을 불어넣는다. 드라마의 흘러가는 방향이 답답할지라도, 범인을 잡기 위해 순수한 사명으로 애쓰는 상철을 보고 있자면 작품이 안기는 고구마 전개를 견딜 만한 힘이 생긴다. 이는 시나리오를 읽으며 “열심히 일하는 경찰을 대변하고 싶었다”라던 각오로 작품 속에 자신을 내던진 고준의 순수한 진심이 이끌어낸 힘일 것이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고준 / 사진=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고준 / 사진=MBC
그래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고준은 제대로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가치 증명뿐 아니라 가능성을 넓히고 입지도 확장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제작발표회에서 “영화 ‘타짜-신의 손’에서 악역을 하면서 10년 동안 악역을 하게 됐다”라고 자신의 한계를 말했던 그가, 처음 연기하게 된 경찰 역할로 앞으로 10년은 더 형사 역을 믿고 맡겨도 될 새 판을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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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는 영화 '타짜-신의 손'에서 잔혹한 내기를 제안하는 비릿한 비열함을 지닌 인물을 인상 깊게 연기했고, 영화 ‘청년경찰’에서는 조선족 두목 역을 맡아 두 눈을 시퍼렇게 뜬 악역 연기를 근사하게 빚어냈다. JTBC ‘미스티’에서는 일탈의 경계에 선 남자의 치명적인 관능을 보여줬고, SBS ‘열혈사제’에서는 코믹과 카리스마 넘나들었다. tvN ‘오 마이 베이비’에서는 배려 넘치는 인물을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형상화했다. 애초 역할에 한계가 없는 배우였지만 악역 연기가 남긴 강렬한 잔상 탓에 경계가 진했을 따름이다.
고준은 굵은 선의 외관으로 굳이 폼 잡지 않아도 남자들의 로망을 자극하기도 한다. 여심을 사로잡는 건 은근히 말간 미소와 다부진 몸태다. ‘잘 생겼다’보다는 ‘멋있다’는 말이 어울리는 이 배우는, 근사하고 또 차분하게 연기로써 자신의 이름 두 자를 깊게 뻗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