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샀다" 마약 공범의 자백…대법 "법정에서 부인하면 증거 안 된다"

머니투데이 정진솔 기자 2024.09.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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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청사대법원 청사


공범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을 피고인이 부인하면 유죄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기존 법리를 대법원이 재확인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와 15만원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2년 12월15일 대구 달서구 병원 영안실 뒤편 주차된 B씨의 승용차 안에서 현금 15만원을 받고 필로폰 0.03g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23년 3월부터 같은 해 4월 초까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B씨가 'A씨로부터 필로폰을 샀다'고 자백한 내용(피의자신문조서)과 마약 검사 등을 근거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A씨는 재판에서 "B씨에게 필로폰을 판매한 적이 없고 B씨가 선처받기 위해 필로폰을 매매했다고 거짓 진술을 한 것"이라고 주장헀다. 증인으로 나선 B씨도 "수사기관에서 착각해서 진술한 것"이라며 증언을 번복했다.



재판에서는 필로폰 매매 혐의를 두고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A씨의 혐의에서 필로폰 투약 혐의를 인정하고 매도 부분을 무죄로 봐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2심은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피고인과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해 내용 부인 취지에서 '증거로 사용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형사소송법 312조에 따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옛 형사소송법은 법원의 형사재판 심리 부담 등을 고려해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몇 가지 조건 아래 인정했지만 법원과 검찰의 편의를 위해 피고인에게 불리한 제도를 유지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국회가 2020년 법을 고쳤다.

현행 형사소송법 312조 1항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내용을 인정할 때 한정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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